앞으로는 개인 투자자가 여러 증권사로부터 기업공개(IPO) 공모주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소위 ‘따상’ 후 단기 차익 실현을 노리기 위해 중복 청약에 나선 투자자들이 늘면서 증권사 업무가 마비되고 고객 불편이 가중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중복 청약’이 금지됐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IPO시 최초로 접수된 청약건에 대해서만 공모주가 배정된다. 당장 오는 20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부터 이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증권사는 일반 투자자의 중복 청약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앞서 다른 증권사에 청약을 신청했다면, 증권사는 이 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배정할 수 없다. 중복 청약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여러 증권사가 한 투자자에게 같은 회사 공모주를 할당하면 불건전 영업 행위에 걸리게 된다.
이를 위해 이번 시행령 개정안엔 한국증권금융과 증권사가 청약자 개인 정보를 수집·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증권금융은 중복 청약 확인을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것은 최근 공모주 중복 청약으로 투자자·증권업계 불편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공모주 균등배정 제도가 시행되며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배정 기회가 늘어난 것이 발단이다.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SK아이이테크놀로지같은 초대형 IPO에서 증권사별로 계좌를 개설해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 창구에선 과도한 계좌 개설과 청약 수요 처리로 인해 업무 부담이 커졌고, 개인투자자는 업무 처리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편을 호소했다는 설명이다. 중복 청약은 이후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 장애 문제로도 이어졌다.
우리사주조합에 대해선 현재처럼 발행 주식 총수의 20%를 공모주로 의무 배정하는 방식을 유지한다. 다만 우리사주조합 측에서 공모주를 20% 미만으로 받길 원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면, 그 미달분을 일반·기관투자자에 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해외 현지법인 신용공여를 허용하는 안도 담겼다. 종투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현지법인이 대상이다. 이 현지법인이 50% 이상 소유하고 있는 현지 손자(孫子)법인에 대해서도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 금융위는 “종투사가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크라우드펀딩 진흥안도 담겼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연간 증권 발행한도를 현행 15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보험업, 부동산업, 유흥업을 제외하면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기존에 용도를 문화산업, 신기술 개발, 산업재산권 창출 등으로 제한했던 ‘포지티브 규제’에서 벗어나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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