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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손실, 엔비디아·환차익으로 메웠다

[상반기 서학개미 투자성적표]

10조 보유 테슬라 연초 이후 -3%

애플도 3%…빅테크株 성과 부진

엔비디아 53%·알파벳 39% '위안'

톱10중 시장 수익률 추월은 4개뿐

"경제 재개 수혜주까지 담을 필요"





지난해 ‘서학 개미’들의 속앓이를 유발했던 엔비디아·알파벳(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올 들어 22~53%나 급등하며 고진감래의 투자 경험을 안겨줬다. 반면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10조 원가량 들고 있는 테슬라는 연초 이후 주가가 되레 마이너스가 났다. 서학 개미들은 전반적으로 연초 대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차익으로만 5% 가까이 이익을 보고 있어 해외 분산투자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톱10 종목 중에서 엔비디아가 연초 이후 53.2%가 뛰어 발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서학 개미들은 엔비디아를 15억 달러(1조 7,000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또 보유액 기준 5위(13조 9,000억 달러)인 알파벳A 보통주도 39.3%나 올랐으며 6위(12조 7,000억 달러)인 마이크로소프트도 21.8% 올랐다.

이 세 종목은 지난해 성장주 급등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내며 ‘횡보디아(횡보+엔비디아)’와 같은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올 들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반으로 억눌렸던 시세가 분출했다.

서학 개미 계좌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테슬라는 연초 이후 상승장 속에서도 3.7%가 하락하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서학 개미의 테슬라 보유액은 총 92억 3,007만 달러로 2~6위 빅테크 보유액의 총액인 100억 달러에 육박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연초 테슬라 주식을 79억 3,758억 원어치 들고 있었는데 최근 일부 매도세가 나오기는 했지만 올해 상반기에 추가로 17억 3,654만 달러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



또 보유 상위 2위와 3위인 애플과 아마존 역시 상반기 수익률이 3.2%와 5.6%에 그쳤다. 이는 나스닥지수 상승률 12.5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마치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카카오와 네이버를 보유한 동학 개미들만 웃는 형국이 서학 개미들 사이에서도 벌어진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나 배터리주들이 연초 이후 부실한 성적을 내면서 대다수 투자자들이 사상 최고치를 실감하지 못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개인투자자들이 ‘몰빵’하다시피한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리스크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 경쟁 격화로 인해 상당 기간 확인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애플·아마존 역시 추가 성장 모멘텀이 약화된 점이 주가 약세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 주식을 직구하는 투자자들에게 환율이 전반적으로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률 부진을 일부 상쇄해줬다. 연초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82원이었으나 1일 기준 1,133원까지 오르며 달러화가 4.7% 강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차별화된 종목 장세가 미국 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가 빅테크에만 쏠려 있다면 경제 재개방 수혜가 예상되는 회사들도 골고루 편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미국의 대형 성장주들은 워낙 돈을 잘 벌고 있어 금리가 오른다고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특히 민주당 집권 이후 규제 우려로 많이 오르지 못한 주식의 경우 밸류에이션도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포트폴리오를 한쪽으로 쏠린 채 하반기를 맞아서는 위험하다”며 “경제 재개방 수혜 종목들도 분산해서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이후 서학 개미들의 순매수 1위는 에어비앤비였으며 보잉·AMC 등이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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