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만에 영업 제한이 풀리나 하는 기대감이 컸지요. 도매상에 식재료 추가 주문하고 직원도 신규로 채용할 준비를 했는데 예약은 모두 취소되고 일주일 식재료도 날리고 오히려 빚만 더 늘게 생겼습니다.” (서울 종로구 한식당 사장)
오는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기로 하면서 자영업을 비롯한 공연·관광·금융 등 대부분의 업계가 패닉에 빠지며 절망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위축됐던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자 경기 반등에 대한 희망을 걸었던 터라 강력한 방역 조치에 충격이 더 크다.
당장 자영업계는 이달부터 소급 적용 없이 시행하기로 한 손실보상법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9일 김종민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손실보상법이 시행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업종에 어느 수준으로 보상이 이뤄질 것인지를 정할 손실 보상 심의위원회조차 구성이 안 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또다시 자영업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하기에는 불안감과 불신이 크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인원 제한 및 영업 제한 완화를 염두에 두고 식재료 및 물류 등을 준비해왔던 소상공인들은 사회적 봉쇄 조치로 큰 피해를 입게 됐다”며 “정부는 손실 보상 대상·금액 등의 기준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사실상 올스톱이었던 공연업계도 이번 방역 조치에 직격탄을 맞았다. 공연업계는 4단계 격상에 따라 일정과 운영 방식을 변경해 진행하지만 타격은 불가피하다. 10일 수원시 수원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싱어게인 TOP 10’ 공연은 취소됐다. 4단계에서도 대중음악 공연은 최대 5,000명까지 관객을 수용할 수 있지만 수원시가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공연은 100명 이상 집합 금지 대상이라며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취소된 것이다. ‘미스터트롯 TOP 6’ 서울 공연도 16~18일 KSPO돔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무기한 연기됐으며 23~25일 수원 공연은 수원시의 행정명령 영향으로 취소했다. 연극·뮤지컬은 평일 오후 6시 이후 시작하기 때문에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에 일부 공연장은 동반자 연석 예매 체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이날 코로나19 대응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전국 법원에 재판·집행 기일을 연기하라고 요청했다. 12일부터 26일까지 4단계 지역인 수도권에 위치한 법원은 재판 기일 연기·변경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2·3단계 지역에 있는 법원은 법정 방청석 수를 기준으로 출입 인원을 각각 2분의 1, 3분의 1로 제한하도록 했다. 또한 법원 구성원들에게 2단계 지역에서는 격주에 1회, 3·4단계에 있는 지역에서는 주 1회 재택근무를 요청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은행의 영업시간은 한 시간 단축된다. 12일부터 23일까지 현재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한 시간 단축한다. 비수도권 지역도 3단계 이상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될 경우 영업시간을 한 시간 줄인다.
e커머스 업체들은 급증하는 주문을 소화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SSG닷컴에 따르면 평소 80~85%인 쓱배송과 새벽 배송의 주문 마감률이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긴 지난 6~8일 90%를 웃돌고 있다. 또 이 기간 밀키트,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의 매출은 20% 늘었다. 특히 8일에는 전일 대비 식품 카테고리 중 밀키트나 가정간편식(HMR)의 매출이 20%, 라면이 16%, 생수가 10% 증가했다. 롯데온의 롯데마트 온라인 매출 역시 17.8% 늘었다. 품목별로 휴지·위생용품 57%, 과일 16.5%, 쌀 8.5%, 상온 식품류 17.9%의 매출 상승률을 보였다. 이 같은 주문 폭증에도 업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처럼 배송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집콕’을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7~8일 생필품 매출이 전주 같은 기간 대비 1~2% 정도 상승했다. 롯데마트의 6~8일 오프라인 매출도 전주 대비 1.1% 소폭 상승했다. 휴지·위생용품 매출이 4.8% 늘었고 과일(1.8%), 쌀(0.6%), 상온 식품류(1.2%) 등의 매출도 증가했다. 다만 4단계 격상에 대형마트들의 영업시간이 오후 10시로 단축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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