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000720)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 대비 30% 이상 낮은 ‘어닝쇼크’를 기록해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증권가는 오히려 “매수할 기회”라며 일제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우선주 200만 주에 대한 유상증자 역시 악재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26일 현대건설은 전 거래일 대비 2.35% 하락한 5만 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인 23일에도 전장 대비 3.49% 내린 5만 5,3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3일 발표된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건설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 3,835억 원, 1,410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3.5%, 8.4%씩 하락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전망치인 2,203억 원을 36% 가까이 밑돌았다.
현대건설은 실적 공시와 함께 “운용 자금 990억 원과 기타 자금 1,300억 원 조달을 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우선주 200만 주를 11만 4,500원에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공시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불러일으켰고 현대건설우(000725)선주는 당시 시간 외 매매에서 9% 이상 급락했다. 이날도 전장 대비 4.16%가 내린 19만 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증권가는 현대건설의 어닝쇼크가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판단을 일제히 내놓고 있다. 현대건설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발간된 10여 개가 넘는 증권사 리포트 가운데 목표 주가를 내리거나 매수 의견을 하향한 곳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우선 2분기 실적 쇼크가 일회성 비용 지출에 의한 것으로 기업 펀더멘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8년 준공된 싱가포르 건축물에 대한 발주처의 본드콜(계약이행 보증금) 실행에 따라 영업이익 800억 원이 축소된 결과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한 것”이라며 “이 같은 이익 감소는 일회성 요인으로 향후 발주처와의 협상 진행 시 해당 비용의 환급 가능성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영업 환경이 개선되고 수주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실적 개선 폭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도 여전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상반기 누적 수주는 18조 4,000억 원으로 연간 목표 25조 4,000억 원의 72.4%를 달성했다”며 “국내 수주는 14조 5,000억 원에 달해 연간 목표를 이미 달성했으며 해외 수주도 3조 8,000억 원으로 목표치 34.6%를 달성하는 등 반등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 부문의 원가 안정화와 수주 증가 및 실적 개선 기조를 감안하면 일회성 쇼크는 매수 기회”라고 덧붙였다.
악재로 거론되는 현대건설의 우선주 유상증자 결정 역시 기업 펀더멘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선주 발행 목적은 운영자금 및 해상풍력 에너지 사업 투자로 공시됐지만 실제로는 올 7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20만 주 미만의 우선주는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우선주 상폐를 막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주주를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보이는 증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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