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6일 드디어 증시에 첫 발을 내딛는다. 하반기 공모주 슈퍼시즌의 포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적정 주가에 대한 논란이 여느 공모주 대어보다 뜨겁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고인 2,585조 원, 개인 대상으로는 역대 5위인 58조 원의 청약증거금을 기록하고도 은행과 플랫폼 기업 사이의 정체성 논쟁으로 상장 이후 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①은행 vs 플랫폼…정체성 따라 몸값 10조 원 vs 31조 원 ‘극과 극’=카카오뱅크의 공모 가격이 3만 9,000원으로 확정된 후부터 증권가에서는 적정 주가를 놓고 애널리스트들의 편차가 컸다. 이유는 하나다. 은행 또는 금융 플랫폼, 어떤 회사로 카카오뱅크를 정의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 산정 방식(밸류에이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은행으로 보는 진영의 논리는 “은행은 규제 산업이고 카카오뱅크도 결국 은행이어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의 주가 산정 잣대를 들이대 주가를 산정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배율(PER)은 56배, 주가순자산비율은(PBR)은 3.7배다. 은행주의 PER 5배, PBR 0.44배에 비해 해도 해도 너무한 주가라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은 “비대면 영업은 방식의 차이일 뿐 자본을 활용한 비즈니스라는 은행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존 은행업의 관점에서 본 적정 시가총액은 대략 10조~11조 원으로 아무리 후하게 줘도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인 18조 원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게 ‘은행주 진영’의 평가다.
반면 카카오뱅크를 금융 플랫폼이라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진영에서는 공모가도 싸다고 주장한다. 테슬라와 기존 자동차주, 아마존과 기존 유통주를 달리 취급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 산업의 채널이 빠르게 디지털 플랫폼화되고 있으며 금융업의 본질도 재정의되고 있다”며 “카카오뱅크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반면 기존 은행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진영’에서는 20조 원(주당 4만 5,000원)에서 많게는 31조 원(주당 6만 4,000원)까지 몸값을 쳐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②상장 초기 오버슈팅 나올까=아무리 인기 있는 기업공개(IPO) 대어라도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160% 상승) 신화는 이미 무너졌다.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을 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 IET)도 따상에 실패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청약 첫날부터 공모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예상보다는 초기 주가 상승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물론 아직까지 긍정적인 기대가 높다. 우선 수급적으로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상장 초기 유통 가능 물량이 작다. 기존 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의 확약만 놓고 보면 이론상으로는 전체 상장 주식 가운데 약 22%가 상장 당일 유통 가능하지만 넷마블·우정사업본부 등 기존 주주들은 장기 보유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유통 가능 물량은 10%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 동시 만기일인 오는 9월 9일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것이 확실시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이 경우 한 번에 2,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따상’을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장기 성장성에 대한 믿음으로 주가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③단숨에 시총 ‘리딩뱅크’로 등극하나=카카오뱅크가 단숨에 리딩뱅크 자리를 꿰찰지도 관심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18조 원이다. 5일 종가 기준으로 KB금융(105560)(21조 6,000억 원), 신한지주(055550)(20조 원)보다는 낮고 하나금융지주(086790)(13조 원), 우리금융지주(316140)(8조 원)보다는 높다. 공모가 대비 20%만 오르면 KB금융을 앞서게 된다. 구경회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률, 언택트, 카카오와의 공유 프리미엄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은행주 역사상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며 시가총액 기준 리딩뱅크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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