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공공의 ‘시장 대체’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기자와 만나 공공만능주의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우선 이달 입주를 시작한 평택 고덕 신혼희망타운을 보자. 분양가구 총 596가구 중에 입주도 하지 않은 새 집 140여 가구가 임대차 매물로 나와 있다. 전세 시세는 이미 분양가보다 많게는 1억 원씩 높게 책정됐다. 실거주 의무가 없다고는 하지만 공공 주거 안정용으로 내놓은 집들이 벌써부터 ‘마이너스 갭투자’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애초에 투자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태반이었다는 것이다.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 대책은 또 어떤가.
조금이라도 사업성이 있는 동네라면 반대 주민들이 벌 떼같이 일어나 반대하고 나서 걸음을 뗀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운 수준이다. 서울에서 공공 주도의 공급 물량은 거의 외곽에만 치우쳐 있고 그나마 참여를 결정한 지역들도 부동산 가격이 오를수록 계산기를 두드려 이탈 기회를 엿보는 곳이 태반이다. 도심 공공복합개발 후보지 철회 운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민은 “가만히 갖고만 있어도 오를 동네”라며 “공공이 밀고 들어오게 놓아둘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만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을 잡겠다고 내놓은 대책들은 전부 시장에 잠식됐을 뿐”이라며 “‘공공’개발이라지만 철저하게 사익에 따라 진행된다는 게 명백해지지 않았냐”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공개발 사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며 자화자찬 일색이다. 국토교통부는 2·4대책 후보지와 관련해 “대부분 구역에서 적극적인 주민 호응 속에 빠르게 동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민간이 개발이익을 중심으로 공급을 추진하고 공공이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주거 복지에 활용하는 ‘투 트랙’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간 역할의 대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백날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효과는 만무할 것이다. 공공 주도 정책의 실패가 ‘필연’이라면 시장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은 ‘필수’다. /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