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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살처분 농가에 긴급경영안정자금은 '그림의 떡'

달걀값 안정 위해 무이자 지원에도

농가는 "담보 없는데 어떻게 받나"

재입식 비용도 2배로 올랐지만

정부선 평년가격 기준으로 지원

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한 뒤 달걀을 구매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으로 급등한 달걀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양계 농가에 무이자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다수 농가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형식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의 특성상 담보를 잡혀야 하지만 농가들이 AI 살처분 규모가 커 담보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달걀 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며 산지 가격은 떨어지지만 유통 비용으로 인해 도매가와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겨울 산란계를 살처분한 농가에 오는 10월까지 무이자로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재해를 입은 중소기업 등에 최대 10억 원 한도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총 지원 규모도 기존 150억 원에서 350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AI 살처분으로 어려움을 겪은 양계 농가의 재입식(가축을 다시 들임)을 도와 산란계 마릿수를 빠르게 늘리고 달걀 생산량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문제는 대출의 특성상 담보 능력이 없으면 자금을 지원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농장주가 정부로부터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상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으면 은행 등 대출 기관은 농장주의 기존 대출 규모와 신용도 등을 고려해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해준다. 양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살처분을 한 농가 중에는 이전부터 빚에 허덕이거나 담보가 없는 농가가 많다”며 "담보 잡힐 게 없는데 어떻게 대출을 받으란 말이냐”고 토로했다.





살처분 규모가 클수록 재입식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자금을 지원받기는 더 어려워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지난 겨울 대규모 살처분 이후 산란계로 키울 병아리 가격이 급등해 같은 금액으로 살처분 이전만큼 사육 마릿수를 복구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초생추(햇병아리) 가격은 지난해 11월 마리당 850원에서 지난 6월 1,849원까지 약 2.2배로 올랐다. 지난해 11월 마리당 3,700원이었던 중병아리 가격은 현재 그 2배인 7,5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5년 평년가격인 3,592원을 기준으로 중병아리 지원 단가를 설정했다.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달걀 산지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지만 도매가와 산지가 차이는 오히려 벌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산지가에 비해 도매가가 더디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걀 한 판(특란 30개) 산지 가격이 6,100원대이던 지난달 23일 도매가와 산지가 차이는 285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달걀 산지 가격이 5,900원대로 떨어진 지난달 29일 도매가와 산지가 차이는 431원으로 벌어졌다. 이후 8월 9일(399원)을 제외하면 13일까지 매일 400원대의 가격 차이가 유지되고 있다. 월간 기준으로 달걀 한 판의 도매가와 산지가 차이가 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약 14개월 만이다.

업계에서는 달걀 산지가가 도매가에 반영되는 시차가 있다고 해도 4~5일이면 반영이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달걀 산지가와 도매가 차이가 약 2주 간 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지 가격이 결정될 때는 달걀 생산량이 가장 큰 요인이 되지만 도매 가격 결정에는 물류 비용과 포장비·인건비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면서 “바로 연동되는 게 좋겠지만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달걀 유통 비용에서 도매 단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8.3%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높은 가격만으로 담합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자 간 합의 등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담합 징후가 포착되면 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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