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내 증시는 악재가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에 밀려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2분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인 데 이어 미국의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행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신흥국 증시 탈출 움직임이 가속화 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기조에 따른 원화 약세 진정 여부, 한국은행 금리인상, 수출지표 등에 주목하라고 입을 모았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8월16일~20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3.5%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7% 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전주 7조 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지난 주에도 1조 6,000억 원을 팔아 치웠다.
지난 주 국내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던 것은 하반기 경기 모멘텀의 피크아웃 전환 우려와 Fed의 조기 테이퍼링 신호 때문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소비 지표가 꺾였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공식 시사했다. 여기에 19일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리스크가 다시 등장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대출우대금리(LPR)를 16개월 연속 동결하며 유동성 축소 우려를 자극했고, 빅테크 규제 수단인 개인정보보호법을 승인하며 국내 시장에 타격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국내 증시가 26~28일(현지 시각) 예정된 잭슨홀 미팅 결과를 기다리며 횡보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이미 선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테이퍼링 이슈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반면 오히려 유동성 축소와 관련된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의 시계가 앞당겨지고 있기는 하지만 현 주가 레벨은 이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어 3,050선에서의 추격 매도는 실효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과 관련한 정보 제공이 충분치 않을 수 있지만, 금리 인상에 대해서 신중할 것임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해준다면 시장의 불안정성은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3일과 27일 발표될 미국 마킷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미국 개인소비지출 등 경제지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시 조정이 테이퍼링뿐 아니라 경기 둔화 우려 속 연준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발생한 만큼 테이퍼링을 둘러싼 주변 환경(경제지표)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코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27일)는 컨센서스 수준이거나 그 이하라면 큰 영향 없을 것”이라며 “실업수당 청구건수 하락세 지속 여부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기존 0.5%에서 0.75%로 25bp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델타 변이의 확산과 매파인 고승범 위원의 금융위원장 내정이 변수로 지목된다. 아울러 같은 날에는 국내 기업들의 8월 1~20일 수출입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기간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2.8%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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