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전장 사업을 점찍으면서 각 계열사별로 활발하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향후 핵심 고객사와의 끈끈한 협력과 인공지능(AI) 기술 강화를 바탕으로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24일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VS사업본부 ‘VS스마트연구소’라는 조직 내 ‘현대태스크’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스크포스(TF)팀 리더는 VS사업본부의 박준은 상무가 맡고 있다. 현대태스크에서의 ‘현대’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에 공급할 차세대 부품을 준비하기 위해 임시로 꾸린 조직으로 관측된다. 이미 LG전자는 현대자동차와 협력해 LG전자 슈즈케어(신발 관리기), 커피 머신, 의류 관리기 등 가전을 탑재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을 지난해 공개한 바 있다. LG전자는 차량 내 인테리어 외에도 주요 자동차 부품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 TF의 역할에 대해 “고객사와 관련된 사안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회사 마그나와 합작한 신설 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조직 구성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이날 LG전자는 공식 발표를 통해 LG마그나 경영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마그나 인터내셔널에서 아시아 지역 제품 생산과 품질 관리를 담당했던 하비에르 페레즈 상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LG전자 VS사업본부 정우일 담당이 각각 선임됐다.
LG이노텍은 주력인 카메라 모듈 사업은 물론 전장 부품 사업 확대와 관련 사업부 실적 개선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이노텍의 2분기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차량용 모터, 센서 생산능력과 실적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통신 사업 역시 생산 실적이 40% 이상 늘었다.
LG이노텍은 앞으로도 전장 사업 확대를 위해 차세대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철동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대한전자공학회 학술대회에서 회사의 제품군을 소개하면서 “차량용 고정밀 센서, 자동차 통신 기술, 배터리 충전 기술, 파워모듈 기술 등 다가올 자율주행과 전기자동차 시대 핵심 분야 선행 기술을 꾸준히 확보 중”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회사 덩치를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배터리 생산 가능 규모는 120GWh(전기차 약 165만 대) 수준으로 이미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력을 필두로 미국에서의 공격적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양사는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2조 7,000억 원(LG 1조 원)을 투자해 내년 가동을 목표로 35GWh 규모의 1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그룹 계열사의 전장 사업 강화 움직임은 구 회장의 전장 사업 육성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구 회장은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 법인 설립 과정,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하는 과정을 긴밀하게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 개화로 전장 부품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구 회장이 전장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관련 산업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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