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서 르노삼성차를 제외한 완성차업계가 ‘고질병’으로 불리던 하투(夏鬪) 없이 올해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반면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여전히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전날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8.2%의 찬성률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5,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포함), 성과급 200%+350만원, 품질향상 특별격려금 2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주식 13주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에는 4주간 부분 파업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었으나 올해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무분규로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다. 기아가 파업 없이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10년 만이다.
첫 상견례 이후 2개월여 만에 교섭을 끝내며 교섭 기간도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었다. 기아 노사는 오는 30일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공장)에서 임협 합의안 조인식을 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찌감치 임금협상을 마쳤다.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60여일만에 교섭을 끝낸 현대차는 2018년 이후 3년 만에 여름 휴가 전에 임단협을 타결했다.
노사 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지급 등이 포함됐다.
올해 4월 기존 현장 기술직 중심 노조에 반기를 들고 적절한 성과급 지급을 바라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중심의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하면서 노사 모두 압박을 받기도 했으나 사무·연구직의 일부 처우 개선과 기술직의 고용안정 등을 고루 담으며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사 잠정합의안이 한 차례 부결되는 진통을 겪은 한국GM은 전날 임협 합의서에 서명하며 교섭을 최종 마무리했다.
다만 지난해에도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연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했던 르노삼성차는 올해 역시 ‘꼴찌’를 면치 못하게 됐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25일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2년간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규모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잠정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사측은 2020·2021년 기본급 동결 보상금 20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원 등 총 800만원 일시금 지급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전날 대의원대회를 열고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일단 사측과 추가 협상을 통해 노조의 요구안을 관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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