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이 지난달 국내 주식을 5조 원 넘게 팔면서 증권투자 자금이 3개월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이 팔아 치운 국내 주식은 27조 4,000억 원에 달한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자금은 28억 8,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증권투자 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지난 5월(36억 4,000만 달러) 이후 3개월 만이다. 석 달 만에 국내 증권시장으로 들어온 자금보다 빠져나간 자금이 많았다는 의미다.
전체 증권투자 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선 것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한 영향이 컸다. 외국인투자가는 8월에만 44억 5,0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8월 말 환율(1,159원 50전)로 계산하면 5조 1,600억 원 수준이다. 한은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세 지속과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 등으로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주식 자금 순유출 행진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올 들어서는 4월(5억 9,000만 달러) 한 달만 제외하고 순유출 흐름이 지속됐다. 올해 1~8월 주식 자금의 외국인 순유출 규모는 234억 1,000만 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순유출(182억 4,000만 달러)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은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지만 규모는 크게 줄었다. 8월 채권 자금 유입 규모는 15억 6,000만 달러로 7월(55억 7,00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1~8월 전체 채권 자금 순유입 규모는 418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투자가의 대규모 주식 매도로 환전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20일 원·달러 환율은 1,179원 60전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미 달러화지수(DXY)도 7월 92.2에서 지난 8일 92.7로 0.5% 상승하면서 소폭 강세를 보였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가운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우려가 완화되며 환율은 상승 폭을 다소 축소한 상태다.
환율 변동성은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 8월 전일 대비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은 4원 50전으로 전월(4원 30전) 수준을 유지했다. 변동률 기준으로는 0.38%로 전월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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