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일부 암호화폐를 소수가 독점하는 탓에 새로운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화폐 보유가 편중되면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화폐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신규 화폐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민간이 아닌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고른 분포가 가능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5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화폐의 분포와 가치에 대한 이론적 고찰’ 연구를 통해 “암호자산이나 화폐는 보유 분포가 지나치게 편중될 경우 교환 매개체로서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새로운 암호자산이나 화폐가 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교환 매개체로서의 화폐 역할에 주목한 뒤 경제 안에서 화폐 분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하고 이러한 변화가 화폐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화폐 분포에 따라 동일 단위의 화폐를 보유하더라도 가치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가 균등하게 분포되면 경제 전체의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로 단위당 화폐가치가 상승한다. 반면 소수에 지나치게 편중된 경우에는 기존 화폐를 폐기하고 신규 화폐로 대체하는 것이 다수의 경제주체가 동의하는 균형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비트코인 등 일부 민간이 발행하는 암호화폐는 소수의 채굴자가 발행된 화폐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9일 기준 비트코인 계좌의 상위 2.5%가 전체 비트코인의 94.9%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 발전으로 암호화폐 발행이 쉬워지면서 수많은 알트코인이 등장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암호화폐를 민간이 자유롭게 발행할 경우 소수의 편중 현상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CBDC는 민간이 아닌 중앙은행이 국민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화폐인 만큼 화폐가 고르게 분포돼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권오익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새로운 알트코인이 등장하는 이유를 화폐 탐색 모형을 통해 이론적으로 살펴본 것”이라며 “민간이 화폐를 발행하면 분포가 편중돼 유통이 원활히 되지 않으면서 화폐로서 제대로 쓰일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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