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르 봉 마르쉐' 백화점은 단체 해외 관광객 유치를 중단하고 명품 강화를 통해 로컬 부유층의 발길을 끌어들여 세계적인 럭셔리 백화점으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상징인 본점도 서울의 트렌디한 부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으로 만들어야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해외 관광객이 더 찾는 명소가 될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김혜라 롯데백화점 해외패션부문장(상무·사진)는 롯데의 '명품화 전략'의 선두에 선 지휘관이다. 파리 유학 이후 루이비통 코리아 등에서 근무하다 2014년 해외 의류 부문 치프바이어로 롯데에 입사해 명품 전략과 파트너사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내 4명뿐인 여성 임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명품 부문 매출의 고공행진을 이끌어 온 김 상무이지만 요즘 그의 어께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롯데백화점은 온라인 공세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큰 타격을 입었다. 본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5% 감소하며 1조 5,000억원 이하로 내렸다.
김 상무는 "전세계 오프라인 매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확실하게 이미지 차별화에 성공한 백화점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봉 마르쉐 백화점의 성공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곳은 한 때 관광 버스가 즐비하고, 노년 층이 주 고객인 '대중 백화점'이었으나 대대적인 변신을 통해 현지의 젊은 부자들이 찾는 곳이 됐고 관광객들에겐 현지 명소가 됐다.
김 상무는 "롯데 본점은 강북의 전통적인 부자들뿐만 아니라 광화문, 마포 일대의 고소득 전문직까지 아우르는 위치"라며 “타깃 고객층을 내국인으로 해야 중국인 등 관광객이 더 온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취지에서 내국인들이 명품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는 "매출의 50% 이상을 명품에서 내기 위해 백화점 면적의 절반을 명품 매장으로 바꾸는 리모델링이 한창"이라고 덧붙였다.
명품 확대 전략은 세 가지다. 신규 브랜드 유치, 시계·보석류, 의류, 남성 등 카테고리별 매장 입점, 팝업 스토어 강화다. 김 상무는 “본관 1층에 가방 등 잡화, 2층에는 여성 의류, 3층은 신발, 5층은 남성 등 층별로 같은 브랜드의 다른 카테고리의 명품이 들어올 것”이라며 “앞으로 디올 매장만 추가로 3개가 들어와 총 4개가 되고 샤넬, 프라다, 루이비통 등도 2~4개씩 입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비뉴엘의 경우 3층은 시계· 4층은 보석으로 매장으로 채우는 리뉴얼을 진행한다. 또 요즘 MZ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고야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롯데 본점에 상설 매장을 열기로 했다.
김 상무를 비롯해 롯데 경영진들은 에르메스의 입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 본점은 럭셔리 백화점엔 필수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 에르메스가 빠져 있다. 김 상무는 “아직은 협의 중인 단계지만 본점 리뉴얼의 정점을 찍기 위해는 필요하다”며 “브랜드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의 공세가 명품 시장에서도 거세지만 김 상무는 오프라인엔 ‘넘사벽’ 영역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10억 짜리 다이아몬드를 온라인에서 살 수 있겠는가”라며 “이제 명품 구매는 단순히 상품의 소유가 아니라 ‘경험의 소비’로 트렌드로 바뀌었기에 오프라인 매장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매장을 찾아 즐기고, 매니저와 상담하며, 구매하고, 사후 관리까지가 총체적인 과정이 명품 구매의 완성이기 때문에 클릭 한번에 배송되는 온라인 쇼핑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해외 여행이 풀리면 국내 명품 시장의 증가율이 다소 주춤할 수는 있어도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최근 2~3년간 연 20~40% 성장률은 코로나로 인한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성장률은 다소 둔화되겠지만 소득 증가와 함께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는 간명하다. “명품을 한 번 경험한 젊은 고객들이 결코 그 전으로 못 돌아간다"고 김 상무는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