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무 가격이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인 데다 속재료인 쪽파·마늘·소금 등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포장김치 업계의 품절 대란과 함께 ‘김장 포기족(김포족)’이 속출했던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내놓습니다. 최장 기간 장마와 태풍 등으로 배추 물량 급감의 영향이 컸던 지난해와 올해는 상황이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높은 김장 비용을 고려하면 김포족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9일 기준 배추 10㎏당 도매가격은 7,389원으로 평년 가격인 7,838원과 비교해서는 소폭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6,568원)보다는 12.5% 높습니다. 무 20㎏당 도매가격 역시 1만 2,033원으로 평년(1만 3,783원)보다는 안정적이지만 지난해(1만 1,996원)보다는 약간 비쌉니다.
김치 속재료의 가격 상승세는 무섭습니다. 29일 기준 쪽파 1㎏당 도매가격은 7,898원으로 전년(5,486원) 대비 44.0%, 평년(4,302원) 대비 83.6%나 급등했습니다. 국산 깐마늘 20㎏당 도매가격은 15만 6,833원으로 전년(13만 7,667원) 대비 13.9%, 평년(12만 3,139원) 대비 27.4% 높은 수준입니다. 굵은 소금 5㎏당 소매가격 또한 전년(7,760원)보다 33.6% 비싼 1만 368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속재료 가격 상승은 지난해 장마·태풍 등의 여파가 이어진 결과입니다. 쪽파의 경우 지난해 9월 집중호우로 침수가 발생한 데다 이후 ‘잎마름 증상’이 나타나며 피해를 입었습니다. 뿌리 활력이 증대할 시기에 많은 강우가 내리고 그 후 건조한 날씨가 되면 뿌리의 양수분 흡수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농진청의 분석입니다. 긴 장마로 염전이 물에 잠기면서 천일염 생산량도 급감한 상태입니다.
배추 가격이 오른 것은 올 가을 이상고온 현상과 잦은 비로 배추 뿌리와 밑동이 썩는 배추무름병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중부 지방에서 10% 이상, 전북·경남에서 2~3%, 최대 주산지인 전남 해남에서 5~6% 수준의 배추무름병 피해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지난달 배추 10㎏당 도매가격은 1만 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최근 기온이 내려가면서 배추 가격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혹시 모를 ‘김장 대란’에 대비해 김장채소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김장 집중 시기인 11월 하순~12월 상순에 배추 출하량을 평시보다 1.37배 늘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농식품부는 일 평균 260톤을 출하해 총 5,200톤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수급이 불안정할 경우 정부 비축 물량 3,000톤, 출하조절시설 물량 3,500톤과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을 추가로 내놓기로 했습니다. 무와 고추의 수급 불안이 발생하면 정부는 각각 1,000톤, 1.4톤의 비축물량을 공급합니다. 이미 가격이 높은 깐마늘의 경우 비축물량 1,000톤을 우선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기로 했습니다.
농식품부는 김장 채소류 할인 규모 또한 확대해 소비자 비용부담 완화를 추진합니다. 특히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통해 11월 11일∼12월 8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김장 채소류, 돼지고기를 20% 저렴하게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배추, 무, 마늘 등 채소를 시가보다 최대 40% 할인 판매합니다. 기상악화나 병해 등에 따른 작황 급변에 대비해 주기적으로 산지 작황을 점검하고 농가 기술지원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김포족’의 증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해 직접 김치를 담근 소비자 비중은 62%로 전년(63.4%) 대비 소폭 감소했습니다. 반면 김치를 사먹는 소비자는 2015년 8.5% 수준에서 2018년 15.8%, 지난해 23.9%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4인 가족 김장비용이 2018년 35만 2,750원에서 지난해 39만 6,720원으로 증가(한국물가협회 조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권재한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주요 김장 재료를 충분히 공급해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재료 할인 폭도 확대해 소비자 부담을 경감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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