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더라도 공무원은 법대로 움직인다. 설명을 하고 아니면 깨지고 말지 그렇게 일하지는 않는다.”
“법을 좀 읽어봤으면 좋겠다. 보고 모르면 물어봐야지 너무 답답하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이재명 대선 후보가 주장하는 전 국민 지원금 소요 재원에 대해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분을 납부 유예해 내년 세입을 늘려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세종 관가가 들끓고 있다. 지원대상과 목적이 명확해야 하는 현행법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하다는 반응이어서 당정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세징수법 제13조에는 분할 납부를 포함해 세금을 납부유예 할 수 있는 사유가 열거돼있다. 관할 세무서장은 △납세자가 재난이나 도난으로 재산에 심한 손실을 입은 경우 △경영하는 사업에 현저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부도 또는 도산 우려가 있는 경우 △납세자 또는 동거가족이 질병이나 중상해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해 상중인 경우 △그밖에 국세를 납부기한까지 납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준용해 올해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법인세,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을 3개월 납부 유예했다. 국세청은 위 규정에 따라 적극행정위원회를 열어 선제적으로 직권 연장 조치를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시행한 납부 유예로 올해 들어올 세수 5조 원을 내년 국세수입 예산안에 포함 시켰다.
추가로 납부를 미뤄줄 세목도 마땅치 않다. 종합부동산세는 명목만 국세이지 고스란히 지방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지자체 반발을 불러오고 ‘부자 세금을 미뤄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소상공인 136만명에 대해서는 이미 종소세 납부를 유예했으나 규모가 크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말까지 내야 하는 2조원 규모의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 등)와 주세 납부기한을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해줬다. 당시는 코로나 19 여파로 정유업체와 주류업체 피해가 컸기 때문에 가능했으나 올해는 유가 상승으로 정유업계 실적이 개선돼 연장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세청이 현행법으로 가능할지 오롯이 판단하긴 하나 법을 어기면서까지 집행할 수는 없다. 국세청 재량을 넘어선다면 아예 법을 바꿔야 하지만 남은 일정상 불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에서 전혀 연락 받은 적이 없고, 국세징수법상 납부유예 사유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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