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42)씨는 최근 백화점에 들러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새 옷을 구매했다. 요즘 유행한다는 쇼트 패딩과 플리스, 신발을 고르니 어느새 50만 원을 훌쩍 넘었다. 박 씨는 "2년 만에 제대로 등교를 하는데 이 정도쯤은 기본"이라며 "혹시 친구들끼리 옷 브랜드를 비교하진 않을까 걱정이 돼 고가 아동복으로만 구매를 했다"고 말했다.
국내 아동복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 전면 등교가 시작된데다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면서 아우터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감소하는 가운데 '한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고가 아동복 시장 성장세도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이달 8~21일 아동복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56.3% 증가했다. 11월은 아동복 비수기로 꼽힌다. 설 연휴 전까지 옷을 구매하지 않다가 새 학기를 앞둔 2~3월에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약 2년 만에 전국 초·중·고교 전면 등교가 시행되면서 이례적으로 운동화와 백팩 판매량도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아동복 1위 뉴발란스키즈 매출도 30% 늘었다. '10대들의 교복'이라는 별칭이 붙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의 이달 2주차(8~14일) 아우터 매출은 357%나 급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몰 SSF샵에서는 전면 등교를 앞두고 '빈폴 키즈' 매출이 약 30% 신장했다. 한 벌에 107만 원인 몽클레르 키즈 쇼트 다운재킷은 온라인몰에서 전 사이즈가 '품절' 상태다. 이밖에 MLB키즈·네파키즈·블랙야크키즈에서는 보온·보냉 기능을 갖춘 백팩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패션업계는 올해 국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가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4년과 비교해 2배 성장한 규모다. 반면 합계출산율은 2014년 1.2명에서 지난해 0.84명으로 급감했다.
하나뿐인 아이에게 값비싼 옷을 입힌다는 얘기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동복 점퍼·사파리 한 벌의 평균 구입금액은 8만 2,967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6만 8,126원)보다 21.7% 늘어난 금액이다. 스웨터 평균 구입금액도 4만 456원에서 5만 1,124원으로 커졌다. 1인당 평균 아동복 구매갯수는 1.7개에서 1.73개로 늘었다.
이런 추세 속에 고가 아동복 브랜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의 올 3분기 매출은 4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0.9% 급증했다. 몽클레르·지방시키즈가 입점한 백화점 아동 명품 편집숍 매출신장률도 20~30%에 달한다. 톰 브라운은 지난 1월에 키즈 라인을 론칭하기도 했다.
리셀 시장에도 아동복이 등장했다. 크림에 따르면 '조던1 미드 라이트 스모크 그레이' 160 사이즈는 발매가(9만 9,000원)보다 253% 뛴 35만 원에 실거래됐다. '나이키X션 우더스푼 에어맥스' 110 사이즈는 발매가(12만 원)보다 308% 높은 49만 원에 팔렸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 아동 카테고리에서는 버버리 셔츠(23만 6,000원), 스톤아일랜드 주니어 스웨터(27만 2,000원)가 판매 1·2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MZ세대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고, 패션과 명품에 대한 관심이 아동복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추세"라며 "각종 SNS에서 인증 문화가 생겨나면서 부모와 아이가 같은 옷을 입는 '시밀러룩', '패밀리룩' 유행이 나타난 것도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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