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를 상장하고 자회사를 비상장하는 건 글로벌 표준입니다. 지주사 전환을 결정하며 자회사 비상장을 약속한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한국에도 선진 지배구조가 자리 잡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권재열(사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은 주주가치를 높일 선진적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상사판례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권 교수는 법무부 상법특별위원회 위원,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 부문 전문가로 꼽힌다.
권 교수는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회사인 알파벳만 상장하고 자회사인 구글은 비상장으로 두는 것처럼 미국과 일본의 자본시장은 지주사만을 상장하도록 한다”며 “물적 분할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포스코가 자회사를 상장 안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LG화학·SK이노베이션과 비교할 때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스코가 향후 상황에 따라 자회사를 상장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과하다고 봤다. 권 교수는 “재계 서열 6위에 달하는 포스코그룹이 주주들과 신뢰를 깨는 결정을 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기관들도 임시 주주총회에서 자회사 비상장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지주사 전환에 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지주사 가치 훼손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장치를 마련했다. 포스코는 철강 회사의 비상장 유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신설 철강 회사의 정관에 ‘제3자 배정, 일반 공모’ 등 상장에 필요한 규정을 반영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핵심으로 명확한 역할 분담을 꼽았다. 지주사는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고 자회사는 책임 경영을 통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포스코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산하에 수소·리튬·니켈 등 자회사를 둬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신성장 사업을 육성하려고 한다”며 “이를 실현하려면 지주사는 자회사에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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