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축소했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나 우대금리를 다음 달부터 원상 복구한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도 석 달간의 개점휴업을 끝낸다. 금융 당국의 대출 총량규제로 소진됐던 대출 여력이 내년부터 다시 채워지면서 영업 정상화 채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본점은 최근 전국의 지점에 내년부터 변경되는 대출 상품 운영 방침에 대한 공문을 하달했다. 우선 신용대출 한도가 2,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앞서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과도하다는 금융 당국의 경고에 7월(2억 5,000만 원→2억 원)과 8월(2억 원→1억 원), 11월(1억 원→2,000만 원) 세 차례에 걸쳐 신용대출 한도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6월 중순부터 반년 가까이 중단했던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판매도 재개한다. 이 보험이 없으면 우선변제 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한도가 서울 5,000만 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4,300만 원 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올 8월부터 막혀 있던 비주택담보대출·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도 허용된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집단대출의 경우 당분간 신규 승인은 제한하되 기존 승인 건은 계속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농협은행은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1~0.2%포인트 깎은 것은 유지한 채 시장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이는 다른 은행보다 가산금리를 더 붙이는 식으로 대출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른 은행들도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비상조치를 하나둘 해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폐지했던 우대금리를 되살려 내년 첫 영업일인 1월 3일부터 10개 신용대출 상품과 4개 주담대 상품의 대출금리를 낮춘다. 대출금리는 준거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제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우대조건 충족 시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감면 금리는 현행 0.3%에서 0.9%로 0.6%포인트 높아진다. 주담대 상품 우대금리는 기존 0.3%에서 0.8%로 최대 0.5%포인트 인상된다. 우리은행은 “가계부채 총량관리 차원에서 축소했던 우대금리를 일부 복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했던 SC제일은행은 내년 대출 재개를 앞두고 이달 20일부터 사전 신규 신청을 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임인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올해 10월 출범 열흘 만에 5,000억 원의 대출 한도를 모두 소진했던 토스뱅크는 1월 1일 정상 영업을 앞두고 알림 신청을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1일부터 신(新)잔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하는 주담대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당초 연내 출시하려 했으나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해를 넘기게 됐다.
전 은행권 공통으로 연소득 이내로 묶여 있는 신용대출 최대 한도에도 예외가 생긴다. 주요 은행들은 실수요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결혼·출산·수술·장례 등과 관련해 연소득의 0.5배 이내, 최대 1억 원 이내 특별 한도를 둘 수 있게 됐다. 은행연합회는 “가계부채의 건전성 측면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분할상환 형태로 취급하되 금융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대출 실행 후 별도의 지출 내역 증빙은 징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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