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피봇팅(pivoting·전환)’ 원년을 위한 준비는 끝났습니다. 신세계그룹이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과 진정한 싸움만 남았습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3일 비대면 신년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프리젠테이션 형식의 신년사를 유튜브 등으로 공개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3조 4,404억 원), W컨셉(2,650억 원), 스타벅스코리아 추가 지분(4,742억 원), 야구단(1,353억 원) 등 굵직한 인수건에 약 4조 3,0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이를 위해 성수동 이마트 본사 사옥까지 팔았다.
지난해 숨가쁘게 ‘전략 자산’을 재배치해 온 신세계그룹은 이제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을 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피보팅을 화두로 제시하며 올해가 신세계그룹에 진검승부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하는 원년”이라며 “준비와 계획은 모두 마쳤고, 이제 ‘오프라인조차 잘 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디지털 피보팅이란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하나의 축으로 삼아,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정 부회장은 또 “우리가 결국 도달해야 할 목표는 ‘제2의 월마트’도, ‘제2의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라면서 “신세계그룹이 뜨거운 열정과 패기로 백화점, 이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등을 대한민국 유통사의 성공 신화로 써내려 왔듯,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도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올 한 해 임직원 모두가 뜨거운 심장으로 다시 뛰어야 한다”고 임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온·오프 구분 없이 고객이 우리의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디지털 피보팅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고객을 록인(lock-in) 시키기 위해서 내놓은 해법은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신세계 유니버스’다. 그는 “‘고객의 변화를 이기는 사업’은 없다”며 “고객이 디지털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우리도 디지털 공간에서의 존재감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오프라인의 해답은 언제나 상품에서 시작한다”며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상품 경쟁력과 새로운 서비스 개발, 매장 경험 개선으로 업의 본질과 사업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부회장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 역량을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정 부회장은 “감과 느낌만으로 사업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고객 데이터와 경험을 모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내부의 훌륭한 인재들을 육성하고 외부 인재와 그들의 문화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 부회장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퍼센트 빗나간다”는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말을 인용해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올해 SSG닷컴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G마켁과 옥션의 물류 개선에 투입하면서 쿠팡, 네이버 등 기존 e커머스 강자들과 강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또 야구단과 스타벅스 등 오프라인 공간의 강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의 투자 효과를 이제 실적으로 보여줄 때라는 것이 정 부회장의 메시지”라며 “온라인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오프라인에서 고객 경험을 확대시켜 그동안 없었던 성공 방정식을 다시 한번 써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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