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국내 회계 전문가들이 “핵심은 내부 통제의 기본조차 안 지켜졌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무팀장이 단독으로 자금·인출·기록을 취합할 수 있는 구조였던 만큼 내부 통제 설계부터 잘못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말에 몰아서 수행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관행 역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횡령이 지난 10~12월간의 ‘감사 공백’을 노리고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 모 전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은 출금 내역, 자금 수지, 잔액 증명서 등을 위조해 회삿돈 1,880억 원을 횡령했다. 이 전 팀장이 자금 입출금과 관련 기록을 모두 총괄하기 쉬운 구조였다는 의미다.
회계 전문가들은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 통제 설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내부 통제에서는 자금·인출·기록 등 세 가지 기능이 분리돼 있어야 한다”며 “이 세 기능이 한 사람에게 통합돼 운영됐다는 것은 내부 통제 설계가 잘못됐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재무팀장이 자금·운영·기록 등을) 취합할 수 있는 위치였다”며 “실장하고 본부장 결재선이 있는데 본인이 여기서 문서를 위조한 후 결재를 올리니까 위에서는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잔액 증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부 통제 ‘작동’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회사 자체적으로 내부 통제 허점을 걸러낼 수 없다면 외부 감사인이 이를 교정해줘야 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21사업연도부터 내부회계관리기준 감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스템임플란트의 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은 2021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직전 회계연도에 대한 감사의 감사보고서상 내부 통제에 이상이 없었다”며 “당해 연도 내부 통제에 대한 감사는 수행 전”이라고 밝혔다. 감사인이 업무 분장을 연간 내내 살피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덕회계법인 역시 책임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회계법인들이 통상적으로 연말에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한꺼번에 실시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규모가 매우 큰 회사가 아닌 이상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연중 내내 감사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전 팀장이 9월 30일에 3분기 결산이 끝난 직후 3개월간의 ‘감사 공백’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근거다. A 회계법인 부대표는 “분기 말 잔액이나 은행 조회서 등 여러 서류를 더 치밀하게 보는 건 일반적으로 기말이며 분기에 감사인들이 잔액 증명서까지 요구하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 사례를 두고 “선수금 비중이 높고 내부 현금 결제 빈도가 적은 기업이 횡령에 더 취약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치과와 1~2년 단위로 패키지 계약을 맺은 뒤 현금을 한꺼번에 받는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돈을 한 번에 미리 받고 처음에 물건을 한두 개 주는 방식이다 보니 자금의 운용 기간이 일반 회사와 다르게 굉장히 길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선수금과 횡령의 상관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의견도 우세하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현금이 많은 기업일수록 직관적인 내부 통제가 가능하다”며 “오스템임플란트가 그만큼 기본도 지키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9월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206억 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감리에 들어간 후에 이번 횡령 사건에 대한 회계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감원은 오스템임플란트 사업보고서가 나오고 경찰 수사 결과가 마무리돼야 전반적인 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 과정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필요한 시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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