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릉의 GS25 에서 550만원짜리 와인 세트가 팔렸다. GS25의 모바일앱에 내놓은 샤토 마고 등 프랑스 유명 와이너리의 2002년 빈티지 와인들을 담은 이 세트가 강릉에서까지 주문이 들어오면서 본사의 담당자는 깜짝 놀랐다.
#30대 김○○ 씨는 저녁에 친구 집에서 열리는 홈파티에 가져가기 위해 출근 전 편의점 앱을 통해 와인을 주문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다양한 종류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다 친구 집 앞 편의점을 수령지로 할 수 있어 일반 주류 매장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의 모바일 앱이 유력한 와인을 비롯한 주류 판매 창구로 떠올랐다. 앱에서 주문·결제하면 당일 또는 이틀 이내에 지정하는 편의점에서 수령할 수 있는 ‘스마트오더’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다. 코로나19로 홈술족이 증가하는 가운데 편의점들의 O2O(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방식 주류 판매가 전문 매장이나 백화점을 대신하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12일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을 통한 와인 판매 비중이 전체 와인 매출의 35%로 뛰었다. 전년에는 4.6%에 불과했다. GS25는 자체 앱인 ‘더팝’ 안의 ‘와인25플러스’ 코너를 통해 와인을 비롯한 위스키를 팔고 있는 스마트오더 1위 업체다. CU도 모바일을 통한 와인 매출 비중이 2020년 6월~12월 평균 4.9%였으나 2021년에는 8.5%까지 늘었다. CU는 포켓CU앱 내 ‘와인샵’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역시 앱을 통한 와인 판매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의점들은 국세청이 2020년 4월 ‘스마트오더’를 허용한 이후 본격적으로 앱을 통한 와인 판매를 시작했다. 스마트오더는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주류 판매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로 이뤄졌다. 당시에는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규제 완화 이후 약 1년 반만에 와인을 중심으로 주류 구매 방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유는 코로나19로 홈술족이 늘어난 가운데 전국 골목골목에 위치한 약 5만개의 편의점 점포망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GS25의 지역별 판매 비중은 서울 30%, 인천·경기 27%, 경남권 17%, 충천권 12%, 호남권 10% 등으로 서울 외 지역이 70%에 달했다.
2030세대뿐만 아니라 40대의 스마트폰 쇼핑이 익숙해진 점도 매출 증가의 배경이다. CU에 따르면 온라인 구매 연령대 중 30대가 37.3%로 가장 높았고 40대도 32.8%를 차지했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면, 개별 소매점에서 구비할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술을 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소비자들이 찾는 이유다. GS25는 ‘와인25플러스’에 3,500여 종의 와인·위스키 등의 주류를 구비하고 있으며 CU도 120종의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당일 수령이 가능한 상품 수가 약 35 종, 일반배송 상품은 45종 이상이다. 편의점들이 ‘바잉 파워’를 기반으로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팔고 있다.
특히 고가의 와인뿐만 아니라 희귀 양주도 편의점 앱을 통해 팔리고 있다. CU는 지난해 5대 샤또 와인 130병을 초기에 완판시켰으며 GS25는 1990년 빈티지의 샤또무똥로칠드(140만원)를 충북 음성 편의점에서 팔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한정판으로 출시된 900만원 상당의 맥켈란M디켄터가 서울 마포구의 편의점에서 판매됐다고 소개했다.
반면 기존의 와인과 위스키 판매처였던 가두의 주류 전문 매장들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다. 세계주류는 매출이 2019년 597억원에서 2020년 461억원으로 줄었다. 가자주류 역시 전국 130개가 넘었던 매장이 이제는 100개 수준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와인 등 양주 판매의 주도권이 주류전문점에서 백화점·마트로 이동했다가 이제는 편의점으로 넘어갔다"며 “편리함과 다양성,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당분간 편의점 주류판매 전성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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