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테츠 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달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수입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력거래금액 또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7일 7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올 4월부터는 전기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E플레이션(에너지+인플레이션)’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1톤당 LNG 현물수입가격은 892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LNG 현물가격은 1년 전 가격인 358.4달러 대비 149% 상승하며 가격 오름세가 가파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높인 선진국들이 신재생의 ‘발전 간헐성’ 문제 해결을 위해 LNG 발전을 늘린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분쟁 가능성에 따른 공급 우려로 LNG가격이 치솟았다.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예맨 반군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공격한 지난 17일 84.92달러까지 치솟으며, 2014년 10월 14일(87.34달러) 이후 7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은 자연스레 전력거래액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전력거래액은 6조2,517억원으로, 지난 2019년 1월 기록했던 역대 월간 기준 최고 기록인 5조6,598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LNG발전 전력거래액 또한 2조7,310억원으로 2019년 1월 기록했던 최고치인 2조1,331억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매해 12월 보다 이듬해 1월의 전력거래액이 10% 가량 높았다는 점에서, 이달 전력거래액은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게 다 탈원전 때문이다?
‘50.5원 vs 193.8원’
1kWh당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의 지난달 발전단가다. 원자력 발전은 LNG 대비 4분의 1수준의 비용으로 전력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수치는 ‘탈원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부추겨 ‘E플레이션(에너지+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켰다는 비판의 근거가 된다.
물론 정부 입장은 다르다. 정부는 2024년까지 원전 설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탈원전과 전기요금 인상’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한다. 실제 현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전 설비는 2024년 27.3GW까지 늘어난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1.4GW)·신한울 2호기(1.4GW)·신고리 5호기(1.4GW)외에 조기 폐쇄가 결정된 월성 1호기(0.68GW)의 발전 용량까지 더할 경우 총 4.9GW 규모의 원전이 현재 추가 가동돼야 한다. 또 현정부들어 사업이 폐지되거나 무산된 대진 1·2호기(각 1.5GW), 천지 1·2호기(각 1.5GW), 신한울 3·4호기(각 1.4GW) 등의 원전까지 감안하면 ‘탈원전 정책’으로 10여년 뒤에는 가동돼야할 8.8GW의 원전 설비가 사라졌다. 탈원전에 E플레이션 곡선의 기울기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력수요가 67.86GW로 가장 낮았던 오전 3시께 전력별 발전 비중을 살펴보면 석탄(25.69GW), 원자력(20.58GW), LNG(18.74GW), 신재생(3.67GW) 순이다. 석탄과 원자력 외에 LNG까지 ‘기저전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원전 설비량을 뛰어넘은 신재생설비의 발전량은 원전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문제는 원전 감축에 따른 기저전원 부족에 전기료 동결 등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 및 신재생 확대에 따른 발전량 간헐성 확대 등이 맞물리며 값비싼 LNG 가동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전력 수요가 최고치(89.42GW)를 기록했던 오전 8시 50분께 LNG 발전량은 34.14GW까지 치솟았다. 반면 신재생 발전량은 4.18GW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LNG 발전은 출력 요청시 1시간 이내에 가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재생의 발전 간헐성 제어를 위한 ‘보조전원’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의 석탄수출 금지 등의 악재로 석탄 가격까지 덩달아 뛰며 연료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 지난달 석탄 발전의 1kWh당 단가는 역대 최대치인 125.8원을 기록했다. 이달 석탄수입단가가 1톤당 217.7원으로 전월(181.6원) 대비 20%가량 뛰었다는 점에서 이달 석탄 전력단가 또한 껑충 뛸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연료비 인상분이 올해 전기요금 인상분에 담겨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 4월과 10월 전기요금을 이달 대비 1kWh당 각각 6.9원과 11.8원을 인상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11월까지의 연료비를 기준으로 인상분을 산정했다. 최근 한달 사이의 연료비 급등 추이에 더해 2024년을 기점으로 하락하는 원전의 발전 비중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탈원전에 ‘에너지 안보’ 우려까지.. 전력수급 정책 재설계해야
한국전력이 재정 여력이 될 경우 이 같은 인상분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재무 상황이 악화 일로다. 지난해 9월 연결기준 한국전력의 부채는 138조1,990억원으로 현정부 출범 전인 2016년말의 104조7,864억원 대비 34조원 가량 급증했다. 이전 정부 당시 80%대였던 원전 이용률은 현 정부 들어 65.9%(2018년 기준)까지 급감하며 한전의 재정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현 정부는 위험성 등을 이유로 원전 정비를 이전 정부 대비 최대 8배가량 길게 진행했지만,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해 여름 전력 수급 비상 대책으로 원전 조기 가동을 지시하자 점검 중인던 원전 3개가 갑자기 투입되며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관련 국가의 수치가 모두 명기된 2018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1kWh당 10센트로 미국(6.9센트), 중국(8.7센트)에 비해 높다. 특히 중국은 향후 15년간 최소 150기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라 한국과 중국의 전기요금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발전 효율이 높은데다 ‘석유 순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상승폭이 제한적이다.
여기에 물류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석유 가격도 상승일로다.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17일 7년 3개월만에 최고인 배럴당 84.9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행과 글로벌 시장분석 업체인 S&P 등은 관련 보고서에서 연내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탈탄소 기조가 강화되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채굴이 줄어든데다 미·중 분쟁 이후 ‘무역안보’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며 E플레이션이 현실화 되는 모습”이라며 “정부는 탈원전 기조를 버리고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탈탄소 기조가 강화되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채굴이 줄어든데다 미·중 분쟁 이후 ‘무역안보’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며 E플레이션이 현실화 되는 모습”이라며 “정부는 탈원전 기조를 버리고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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