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시련을 겪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이 업황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힘입어 대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주는 미국의 조기긴축 우려 등 투자심리가 악화되며 주가가 급락했고, 반도체에 투자하는 상품들의 성과도 부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반도체 업황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신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내 설정된 반도체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 20개에는 한 달 간 2,523억원이 유입됐다. 3개월 간 7,064억원이, 6개월 동안 8,474억원이 증가했다. ‘TIGER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에는 한 달 간 1,739억원이 유입됐고, ‘유리필라델피아반도체인덱스[자]UH(주식)-C'과 ‘유리필라델피아반도체인덱스[자]H(주식)A’에도 각각 375억원, 269억원씩 자금이 모였다.
그동안 반도체기업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기술기업 등 성장주가 일제히 조정을 받으며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미국의 대표 반도체기업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해 2배 이상 상승했으나 이달 들어 10%가 넘게 하락하며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반도체 펀드와 ETF의 수익률도 함께 급락했다. 국내 설정된 반도체 펀드 및 ETF 20개의 평균 일주일 수익률은 -7.16%, 한 달 수익률은 -10.88%로 집계됐다. ‘KODEXFn시스템반도체ETF’는 한 달 새 -12.37%가 하락했고, ‘TIGER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ETF(-12.2%), ‘유리필라델피아반도체인덱스(-11.99%), ’삼성글로벌반도체(-10.95%) 등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저조한 수익률에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때문에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대란이 공급 증가에 따라 단계적으로 해소될 뿐 아니라 메타버스와 클라우드, 플랫폼 등 디지털 산업의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며 반도체 업종의 상승세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지난해 반도체 부문 호실적과 주가 상승세가 돋보였다고 해서 새해 기대를 접을 필요는 없다”며 “올해는 반도체 부문 내에서도 차별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리 인상이 반도체주 밸류에이션의 위험요인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고성장, 고수익 산업 및 경기민감주를 찾는 투자자의 수요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펀드와 ETF의 수익률 역시 반등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성순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부품수급난은 점진적인 개선을 보이고 하반기에는 업황 반등이 예상된다”며 “시장의 예상보다 반도체 업황 개선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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