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적용됐던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소기업계와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2년간 늘어난 것은 빚밖에 없다’는 하소연과 함께 기한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추가 연장은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며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어나는 자영업자 빚...3월 말 종료 앞둔 만기 유예=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87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된다. 1년 전보다 110조 1,000억 원(14.2%)이나 늘었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지난 2020년 1분기 10.0%에서 2분기 15.4%, 3분기 15.9%, 4분기 17.3%, 2021년 1분기 18.8% 등으로 가파르게 뛰었다. 그 이후 2분기(13.7%)와 3분기(14.2%)는 다소 둔화됐지만 10%선인 가계대출 증가율보다 높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중소기업의 대출 규모도 지난해 11월 기준 887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82조 원이나 불었다. 코로나19 사태 후 대출로 버텨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방안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3월 31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총 세 차례 연장되는 기간 동안 만기 연장 등 조치를 적용 받은 금액은 272조 2,000억 원(지난해 11월 기준)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만기 연장은 258조 2,000억 원, 원금 유예는 13조 8,000억 원이다.
◇中企·자영업자 “금융 지원 절실하다”=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입은 충격은 회복되지 않았는데 금융 지원부터 제자리로 돌리면 부담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추가 연장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23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반응들이 잘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87%가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는 70%대 후반에 있었던 과거 조사 결과보다 더 높은 수치라는 게 중기중앙회의 분석이다. 추가연장이 필요한 이유로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매출감소’가 64.1%로 가장 높았다. ▲대출금리 인상 우려 55.2% ▲대출상환 및 이자납부를 위한 자금 여력 부족 43.8% 등이 뒤를 이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최근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 재확산이 심각한 상황인 데다 기준금리마저 6개월 만에 세 차례나 인상돼 코로나 이전 수준(1.25%)으로 돌아갔다”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만기연장 조치를 추가 연장과 금융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자영업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정상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냐”며 “손실보상금도 제대로 책정되지 못하는 정부가 도대체 제대로 해주는 게 무엇인가”라고 했다.
◇은행권은 부실 우려...당국 “기존 원칙대로”=은행권의 불만도 상당하다. 아무런 조건 없이 기한만 늘리는 것은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주된 지적이다. 이에 리스크 점검 등을 통해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령 대출 원금 만기는 늦춰주더라도 이자는 갚게끔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자마저 내지 못하는 곳은 추후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3,000만 원을 3%대로 대출을 빌린 경우 한 달 이자가 7만~8만 원 정도 되는데 이마저 못 내겠다고 하는 차주는 사실상 만기 이후 원금도 갚을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 차주를 솎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기존 원칙대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앞서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부채 리스크 점검 간담회에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는 3월 말에 종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고 위원장은 “종료 시점까지 방역 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추가 연장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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