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전력 거래액은 3조 869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LNG발전 전력 거래액 1조 7885억 원과 비교할 경우 1년 새 두 배가량 늘었다. 반면 지난달 LNG발전량은 1만 4972GWh로 전년 동기의 1만 6765GWh 대비 오히려 줄었다. 이 같은 결과는 1㎾h당 LNG발전 단가가 지난해 1월 106원 70전이었던 반면 지난달에는 206원 20전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반면 원자력의 1㎾h당 발전 단가는 지난해 1월 72원 50전에서 지난달 61원 50전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전력 거래량은 지난달 1만 5331GWh로 지난해 1월의 1만 3392GWh 대비 증가했지만 지난달 원전 기반 전력 거래액은 9430억 원으로 전년 동기의 9706억 원 대비 오히려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논란 속에서도 ‘원전의 역할론’을 지금과 같은 수치가 잘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결국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지금과 같은 연료비 급등 시기에 확실히 증명되고 있다”며 “결국 전력 수급 문제가 에너지 정책 수립 시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탈원전·탄소중립 동시 추진은 불가"
1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원전 전력 거래량은 지난해 12월(1만 5741GWh)에 이어 월간 기준 역대 2위(1만 5331GWh)를 기록했다. 지난달 LNG 현물 거래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톤당 10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LNG발전 비중을 낮추기 위해 원전 이용률을 끌어올린 셈이다.
원자력은 LNG발전 단가의 3분의 1, 석탄발전 단가의 2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달 기준 1㎾h당 발전 단가는 원자력이 61원 50전으로 LNG(206원 20전)는 물론 석탄(135원 50전), 석유(215원 50전), 연료전지(151원 20전)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다.
정부는 LNG 가격 급등에 석탄발전량까지 늘리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언했던 ‘탄소 중립’까지 뒷전인 모습이다. 실제 지난달 석탄발전량은 1만 7756GWh로 전년 동기의 1만 6740GWh 대비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전체 53기의 석탄발전소 중 8~16기의 가동을 중지하기로 했지만 지난달 석탄발전량은 관련 제도 시행 전인 지난해 11월(1만 5289GWh) 대비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반면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력 거래액은 전년(4조 5893억 원) 대비 53% 급등한 7조 561억 원을 기록했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연료비 급등에 탄소 중립이라는 미래 목표보다는 당장 눈에 띄는 발전의 경제성이 우선시된 셈”이라며 “탈원전과 탄소 중립을 동시에 추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올겨울 입증됐다”고 밝혔다.
5년간 탈원전 손실비용만 수십조
정부의 이 같은 긴급 조치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앞서 한 토론회에 참석해 2017년부터 5년간 탈원전에 따른 직접 손실액이 10조 원을 넘는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심 교수는 “2017년부터 5년간 원전의 평균 이용률은 71.5%로 2012년부터 5년간의 평균 이용률인 81.6% 대비 10%포인트 이상 낮아졌으며 이 같은 원전의 빈자리를 값비싼 LNG가 대체했다”며 “원전 이용률을 5년간 80%로 유지했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 5년간 총손실액만 10조 2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전 정부 시절에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계획대로 추진됐을 경우 LNG 의존도를 더욱 낮출 수 있었다는 점에서 탈원전에 따른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진다. 당시 계획안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1.4GW), 신한울 2호기(1.4GW), 신고리 5호기(1.4GW)에 현 정부 들어 가동이 중단된 월성 1호기의 설비 용량까지 더할 경우 국내 원전 설비는 2021년 기준 28.15GW가 돼야 하지만 실제 용량은 23.25GW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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