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이 일촉즉발 상황에 놓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내로 들여오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톤당 1100달러를 넘어섰고 국제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세로 무역수지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에너지 정책 변화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월 LNG 현물 수입 가격은 톤당 1136.6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수입 가격인 892.59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새 27% 넘게 올랐다. 1년 전 가격(413.71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세 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세계 각국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LNG발전량을 늘려가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까지 고조되면서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LNG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스공사가 국내 발전사들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요금도 올 1월 GJ당 2만 2865원 37전에서 이달 2만 9261원 67전으로 한 달 새 27% 넘게 올랐다.
국제 유가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배럴당 100달러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36달러(2.5%) 상승한 배럴당 95.4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 3일 이후 최고치다. 4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96달러를 돌파해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국무부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있는 대사관을 서부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 급등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될 경우 원유 가격이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공급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120만 배럴에 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오는 7월까지 브렌트유는 120달러, WTI는 117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JP모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1분기 내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러시아의 공급 중단이 발생할 경우 원유 가격이 최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반면 수출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이달 1~10일 수출·수입액을 집계한 결과 수입액보다 수출액이 더 크게 줄면서 무역수지는 35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적자로 돌아선 무역수지는 올해 1월에도 48억 9000만 달러 적자를 이어가며 14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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