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GS25와 치열한 편의점 업계 1위 경쟁을 벌여온 CU가 자사 앱인 ‘포켓CU’를 다음 ‘무기’로 들고 나왔다. 오는 4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앱에 예약주문, 온라인 특화 상품,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기능 등을 도입한다. 이를 발판으로 현재 외부 채널에 의존하고 있는 퀵커머스도 장기적으로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편의점들의 경쟁이 이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20일 CU편의점의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오는 4월 대대적으로 개선한 '포켓CU'앱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BGF리테일이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말 조직개편시 신설한 조직인 온라인 비즈랩이 주도한다. 해당 부서는 50억 원을 훌쩍 넘는 투자비를 들여 야심차게 ‘앱 리빌딩’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O4O)강화다. 앱에 오프라인 점포 이용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각종 기능을 추가한다. 재고확인, 예약주문 등이 대표적이다.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점포당 2000~3000개 종류(SKU)의 상품만 구비할 수 있지만 앱의 예약주문 기능을 활용하면 구매 가능 상품을 더욱 늘릴 수 있다. 재고확인이나 예약주문은 현재 와인 등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 가능 품목을 대폭 늘린다.
이와 함께 근거리 배송인 퀵커머스 기능도 강화한다. BGF리테일은 이번 ‘앱 리빌딩’을 통해 궁극적으로 ‘퀵커머스 자립’을 노리고 있다. 현재는 네이버, 카카오, 요기요 등 외부 채널에 의존해 근거리 배송 시장인 퀵커머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BGF리테일은 퀵커머스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포켓CU앱을 통한 주문을 대폭 늘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GS리테일이 지난해 요기요를 인수하면서 향후 요기요 내에서 CU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은관 온라인비즈랩장은 “결국 고객 데이터 확보가 리테일 비즈니스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포켓CU의 기능 강화를 통해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내재화하고 이를 활용해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서비스를 개발하면 고객이 다시 느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기획상품도 대폭 늘린다. 최근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손잡고 기획한 명품전, 발렌타인데이 기획상품 등이 조기 완판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으로는 매달 기획전을 개최, 자사 앱으로 고객을 유인한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으로의 피봇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BGF리테일도 온라인 강화에 그동안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이유는 포켓CU의 유입량이 유의미한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앱 가입자수는 2019년 1000만명에서 2021년 1300만명이 됐다. 중요 지표인 월간 이용자수(MAU)는 2019년 200만명에서 지난해 말기준 250만명까지 뛰었다. 최근 CU가 점포를 매년 약 1000개씩 늘리면서 전국에 약 1만6000개의 오프라인 점포망을 깔아둔 상태에서 온라인 강화로 오프라인 경쟁력을 더욱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랩장은 “올해가 CU의 온라인 강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포켓CU의 리빌딩은 오프라인 편의점을 더 편리하게 이용토록 하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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