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소매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인 리얼티인컴은 지난 1994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후 매월 배당금을 주고 있다. 물류센터 관련 리츠인 스태그인더스트리얼, 뉴욕 맨허튼 사무실·상가에 투자하는 SL그린리얼티도 리얼티인컴처럼 매달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미국·캐나다 등에선 리얼티인컴처럼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는 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매월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유지하는데 은행 예금보다 높은 배당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법률상 제약 때문에 이 같은 ‘월 배당’ 리츠를 출시하기 어렵다. 국내 리츠 업계 활성화를 위해 월 배당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리츠협회는 오는 25일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열어 월 배당 리츠 도입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당기(월 또는 분기)에 리츠가 내는 이익을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손쉽게 배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리츠는 빌딩·물류센터·주유소·주거단지 등 각종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회사를 말한다. 부동산에서 나는 임대료 등 벌어들인 현금의 90%를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이 특징이다. 배당수익률이 높으면 7%에 달해 고배당 투자처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 리츠 업계에선 현행 제도상 ‘월 배당’이 막혀 있다. 현행 상법 상 이익 배당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탓이다. 월 배당을 실시하려면 매달 주총을 열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리츠 대부분이 연 1~2회 배당을 실시하는 까닭이다.
그나마 일부에서 분기 배당이 가능한 리츠가 나온 상황이다.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SK리츠가 매 분기 배당을 전제로 상장했고, 현재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인 코람코더원리츠가 연 4회씩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리츠 업계도 개인 주주들이 다 모이는 복잡한 ‘주총’ 보다는 손쉽게 ‘이사회’ 결의로도 배당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제도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일본 리츠 시장은 100조원으로 글로벌 스탠다드 규모다. 반면 국내 리츠시장은 75조원 규모에 그치고 있다. 한 리츠 업계 관계자는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자금 유입이 가능토록 제도 개선을 통한 손쉬운 배당 장치가 필요하다“며 “일반 회사보다 수익·비용이 예측 수월해 이사회 결의를 통한 배당 결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세가능이익(세전이익)’의 90%를 배당하는 미국과 달리 ‘실제 벌어들인 현금(배당가능이익)'의 90%를 배당 재원으로 할당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배당가능이익에 감가상각액이 반영돼 분기 배당 재원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법에선 ’전기 이익잉여금‘이 있을 때만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리츠는 이익에 감가상각을 더한 부분의 90%를 배당 재원으로 쓰기 때문에 운전자금도 작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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