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하이브리드차(HEV)를 저공해 차량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를 징검다리 삼아 전기차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자동차 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열린 ‘제19차 혁신성장 BIG3 추진 회의’에서 “차종 다양화, 충전 인프라 확충 등 차량 보급 환경 개선에 맞춰 구매보조금, 세제 지원을 전기·수소차 중심으로 개편하려 한다”며 “액화석유가스(LPG)·압축천연가스(CNG) 차량은 2024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은 2025년 또는 2026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말까지 적용 예정인 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등 세제 지원은 개편된 저공해차 분류 체계와 연계해 감면 기한을 2024년 또는 2025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재 하이브리드차는 100만 원,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300만 원, 400만 원 내에서 개별소비세를 전액 감면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차의 저공해차 제외 시기가 지나치게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한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인프라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통계를 봐도 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하이브리드차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국내 친환경 승용차 등록 대수는 총 103만 6310대다. 이 중 하이브리드차가 83만 1753대로 80%에 달한다. 하이브리드차가 저공해차에서 제외될 경우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400만 대, 전기·수소차 45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완성차 업체의 비용 부담 우려도 크다. 하이브리드차의 친환경차 제외 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 체계 전환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국GM·르노삼성·쌍용자동차의 부담이 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권은경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산업연구실장은 “완성차 입장에서 전기차는 아직 수익이 확보된 차종이 아니라 하이브리드차가 ‘캐시카우’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과도기에는 하이브리드차를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재정적인 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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