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려왔다. 넥슨은 지난 2006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고, 지난해 7월에는 김 창업자가 지주사 NXC 대표이사 자리도 내려놓았다는 점에서 당장 경영의 큰 변화는 없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창업자가 ‘투자의 귀재’로 불려 왔던 만큼 NXC의 미래 사업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 창업주는 지난해 NXC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후 전문경영인의 결정에 조언을 해주는 역할에 머물러왔다. 넥슨과 함께 국내 3대 게임사 ‘3N’으로 묶이는 엔씨소프트(NC) 김택진 대표와 넷마블 방준혁 의장이 현재까지 경영 전반을 전두지휘하고 있는 모습과는 다른 행보다. 넥슨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창업주가 어느 순간부터 조언을 구해도 '전문경영인들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하며 독립경영을 응원해왔다”며 “NXC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는 사내이사 외 직함이 없어, 직원들이 호칭을 고민하다 '사장님'이라 부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넥슨의 고위 임원은 “김 창업주가 가끔 안부를 물어보고 조언을 구해도 덕담만 전할 뿐 경영적인 언급은 일부러 피하는 듯했다”고 했다.
김 창업주가 넥슨 경영 전반에서 완전히 물러난 시점은 NXC 대표 자리를 현 이재교 대표에게 물려준 지난해 7월이다. 김 창업주는 지난 1994년 넥슨을 창업한 뒤 지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대표이사로 일하며 경영 전반을 전두지휘했다. 하지만 넥슨이 지주회사로 체제로 전환한 지난 2006년부터는 넥슨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대신 지주사 NXC 대표를 맡으면서 주로 투자와 신사업 발굴을 전담해 왔다. 넥슨은 최근에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과 '비트스탬프'를 사들이는 등 비게임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했다. 이어 지난 2016년에는 넥슨재팬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으며, 지난해 7월에는 NXC 대표이사직도 내려놓고 이재교 당시 브랜드홍보본부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사내이사와 등기이사 타이틀만 유지했다.
김 창업주 일가가 NXC 지분의 100%를 보유한 만큼 김 창업주는 넥슨 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자이긴 하지만, 경영 일선에서의 역할은 단계적으로 정리해 와 현재로선 경영 전반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현재 넥슨코리아와 넥슨재팬은 각각 이정헌 대표이사와 오웬 마호니 대표이사 체제를 수년간 유지해오고 있으며, NXC도 지난해부터 쭉 이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정헌, 이재교 대표와 함께 김 창업주와 절친한 관계인 허민 네오플 창업자 겸 원더피플 대표가 이번 사태 수습에 나설 가능성이 타진된다. 허 대표는 지난 2019년 넥슨 매각 추진이 실패한 후, 넥슨 고문으로 활동하며 넥슨 내부 단속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오플은 넥슨 최대 매출처인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회사인 만큼 허 대표가 넥슨 내부에서 지닌 영향력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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