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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공간·보안·의전 등 최적 판단…'軍心 달래기'는 과제

[윤석열 시대]

■ 대통령 집무실 국방청사로 낙점

지하벙커·헬기장 등 보안성 충족

부속건물 활용 대외행사도 용이

용산공원 인접…국민 소통 장점

국방부 등 연쇄이전에 사기저하

대북 대응태세 허점 우려도 제기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유력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집무실 후보지들을 둘러보기 위해 국방부를 방문, 출입 절차를 위해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를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장소로 사실상 점찍은 것은 공간 활용, 보안 유지, 비용 최소화, 국민 소통의 네 가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후보지였던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정부서울청사 별관)는 공간의 협소성, 보안성 등이 걸림돌로 평가돼 최종 후보에서 배제됐다.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 청와대 경호처 등의 관계자들은 최근 정부서울청사 및 별관에 이어 국방부 청사를 직접 방문해 청와대를 대체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가능한지 실측을 했다. 그 결과 정부서울청사 및 별관에서는 통상적인 대통령 직무 수행을 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가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상 간의 행사를 비롯해 주요 외빈에 대해 국격에 맞는 수준의 의전을 수시로 진행해야 하는 대통령의 업무 특성 등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외교부 청사 등에는 국빈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자칫하면 청와대 시설 일부를 여전히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경호를 비롯한 보안 문제에서도 정부서울청사는 취약점이 드러났다. 정부서울청사 주변에는 고층 빌딩이 많아 대통령 집무실이 저격 등의 위협에 상시적으로 노출될 수 있고 도·감청의 문제도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반면 국방부 청사는 이런 단점들을 대부분 상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부지 면적이 수만 평 이상으로 넓다. 부지 내에 활용할 수 있는 건물도 많다. 기존의 국방부 구청사와 신청사를 비롯해 합동참모본부와 국방홍보원 건물(오는 11월 중 완공 예정) 및 여러 부속 건물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인접한 곳에 국방컨벤션센터가 있어 각종 행사 진행 용도로 개축할 여지도 있다.





대통령의 경호 및 보안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국방부 청사가 낫다. 부지 주변에 고층 건물이 더러 있지만 광화문 일대만큼 빼곡하게 들어서 있지는 않다. 헬기장이 인접해 있어 대통령 전용 헬기가 이착륙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방부 청사 지하에 연결된 지하 벙커가 있기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나 비상시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평가됐다고 관련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 밖에도 국방부 청사 부지와 인접한 용산 주한미군 기지 반환 작업이 가속화하고 국가공원으로 조성될 경우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공원을 찾아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는 평가 역시 강점으로 꼽혔다.

물론 부수적인 문제도 있다. 군의 사기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윤 당선인이 염두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전직 예비역 장성은 “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려 국방 임무에 전념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특히 엄중한 안보 여건에 대응해 군이 잡념 없이 국토 수호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한미 동맹을 복원하기 위해 군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혀 왔는데 정작 취임도 하기 전에 국방부·합참 등에 건물을 비우고 이사하라고 하면 군에 몸담은 사람들로서는 ‘새 정부도 별다르지 않겠구나’하는 실망감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이전하면 국방부를 어디로 배치할 것이냐도 관건이다. 현재 정부과천청사로 이전하는 방안, 혹은 현재의 용산 부지 내 건물을 이용하는 방안, 계룡대로 이전하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과천이나 계룡대로 갈 경우 공간적 여유는 있지만 서울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물리적 거리로 인해 유사시 국방 장관 및 해당 부처 당국자들이 대통령 및 청와대 안보실에 긴급 보고를 하고 각 군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탓에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신청사로 옮긴다면 국방부 장관 휘하 조직은 합동참모본부나 구청사·별관 등을 일부 활용해 분산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하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비용 소요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하나의 부처 조직이 여러 건물에 흩어질 경우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소통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합참 역시 현재 건물의 일부나 전부를 국방부 등에 내어줄 경우 기존 조직을 어떻게 이동시킬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상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는 합참이 건물 입주 문제로 어수선해지면 우리 군의 대응 태세에 허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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