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도 바빠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 추세 속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총재 공백 사태마저 겪을 가능성이 커 불안감이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를 건너뛰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오는 5월 이후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7일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상황 점검 회의를 통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향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움직임 등이 국내 금융시장과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도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글로벌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차원의 유동성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는 1.9%까지 오를 수 있다.
우리의 현 기준금리가 1.25%고 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씩 조정하는 관례를 고려하면 올해 두 번 인상에 그칠 경우 연말쯤 한미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으로서는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을 피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가계 부채 문제, 고물가 속 저성장 문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달 말인 한은 총재 임기가 정권 교체기와 맞물리면서 공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선 작업이 늦어진다면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금통위 회의는 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장 직무를 대행해 의사봉을 잡게 된다. 주 위원은 그동안 금리를 세 차례 올리는 동안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낸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다. 새 총재가 오더라도 취임하자마자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리 인상은 새 정부가 출범한 후인 5월 26일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3%대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만큼 금리 인상을 7월 이후로 미루기는 쉽지 않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는 총재 공석 상태라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며 “새 정부의 정책 기조도 중요하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을 꾸준히 시사한 만큼 5월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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