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정부가 ‘셀프 치료’로 치료 체계를 전환하면서 감기약과 해열진통소염제, 진해거담제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가를 끌어 올렸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원제약(003220)은 지난 달 4일에 비해 28.1% 오른 1만 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원제약은 코대원포르테(진해거담제), 콜대원(감기약), 펠루비(해열진통소염제) 등을 판매한다. 지난 달 4일은 방역당국이 재택치료 체계 변화를 발표하기 직전 거래일이다. 지난 달 7일 당국은 60세 이상 연령층과 면역저하자, 50대 기저질환자 등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처방 대상 외의 국민은 해열제 등이 포함된 재택치료 키트를 지급하지 않고 필요시 동네 병·의원 등에서 비대면 진료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감기약 관련주들도 한 달 반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유유제약(000220) 12.9%, 일양약품(007570) 10.1%, 삼일제약(000520) 7.3%, 광동제약(009290) 6.47%, 보령제약(003850) 6%, 동아제약의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는 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75% 내린 점을 고려하면 감기약 관련주들은 눈에 띄는 상승폭을 나타낸 것이다. 유유제약은 피지오머(비강세척제), 일양약품은 속콜펜정(해열진통제)와 아스마에취시럽(진해거담제), 삼일제약은 부루펜(해열진통소염제), 광동제약은 스피딕(해열진통소염제), 보령제약은 용각산쿨(진해거담제), 동아제약은 판피린 및 챔프(감기약) 등을 판매한다.
최근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해 감기약 수요가 증가한 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1주간(지난 14~20일) 일평균 확진자는 40만 2462명으로 집계됐다. 재택치료자는 총 214만 6951명으로 전날(208만5361명)보다 6만 1590명 늘었다.
확진자 급증으로 감기약 품절 사태도 나타나고 있다. 감염 됐을 경우를 대비한 상비약 용도의 감기 관련 일반의약품(OTC)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제약사들에 코로나19 증상 완화를 돕는 의약품 1655개 품목의 생산량·수입량·판매량·재고량 등을 매주 전산으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또 확진자 대상 비대면 진료 확대로 호흡기 질환 전문의약품(ETC) 처방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감기약 생산 인력과 시간을 최대한 확대하고 있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코로나19 대비 상비약을 준비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늘어날 전망이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감기약 수요 증가 외 다른 기대감이 더해져 주가를 끌어올린 경우도 있다고 본다. 테라플루(감기약)를 판매하는 일동제약은 같은기간 41.1% 상승했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으로 먹는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S-217622'을 개발하고 있다. 타세놀(해열진통제)을 파는 부광약품(003000)과 판콜(감기약)을 판매하는 동화약품(000020)은 각각 15.9%, 15.3% 올랐다. OCI(010060)가 부광약품에 1461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양사는 부광약품을 세계적 제약·바이오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동화약품의 코로나19 치료후보물질 ‘DW2008S’의 2상 임상시험을 2021년 5차 신규과제로 선정하고 임상 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의 주가 모멘텀이 조만간 꺾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늦어도 이번주에는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문가 예측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오는 22일 사이에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보이며, 23일 이후에는 점차 감소세가 될 것으로 본다”며 “지난 17일 기준으로 62만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수치가 정점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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