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코스닥 입성을 노리던 프리시젼바이오(335810)는 당장 적자를 내고 있지만 2021년이 되면 매출 255억 원, 순이익 36억 원의 흑자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예측에 나선 기관들은 이 같은 장밋빛 실적 전망에 호응하며 12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인 1만 2500원으로 확정했다. 프리시젼바이오는 지난해 흑자는커녕 4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으며 시가총액은 상장일에 비해 3분의 1토막이 났다.
기술특례상장의 특성상 향후 실적 전망치가 기업가치와 공모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만큼 한껏 실적 전망치를 부풀려 증시에 오른 기업들의 주가는 폭삭 주저앉았다. 최근 3년(2018~2020년)간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 65개사(스팩 제외) 중 예상 실적과 실제 실적이 비교 가능한 기업은 57개사다. 이들 중 58%인 33개사는 28일 시가총액이 상장일 종가 시가총액보다 쪼그라들었다.
상장 이후 액면분할·유상증자 등으로 공모가와 현재 주가를 그대로 비교하기 어려워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도 시가총액이 줄어든 기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은 비슷한 시기 상승 추세를 보였지만 ‘실적 부풀리기→공모가 과대 산정→상장 후 주가 하락’으로 상당수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셈이다.
최근 3년간 기술특례기업 중 상장 당일 대비 시가총액 감소 비율이 가장 큰 곳은 프리시젼바이오로 약 72% 빠졌다. 2020년 12월 22일 상장일 시가총액이 3650억 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날 기준 1040억 원에 그쳤다. 퀀타매트릭스(317690)의 시가총액 또한 상장일 3510억 원에서 1340억 원까지 주저앉았다. 지노믹트리(228760)(5450억 원→2260억 원)와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3980억 원→1710억 원), 지놈앤컴퍼니(314130)(9070억 원→3940억 원) 등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셀레믹스·압타머사이언스·엔젠바이오·비피도·레몬 등의 시가총액이 반 토막 이상 줄었으며 30~50%가량 떨어진 곳도 소마젠·유틸렉스·올리패스·엔지켐생명과학·석경에이티·클리노믹스·고바이오랩·셀리드·이노테라피·바이오솔루션·젠큐릭스·서남 등 10곳이 넘는다.
한 공모주 투자자는 “증시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확실한 실적을 거두는 기업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기술특례상장기업 중 바이오 기업은 상장 후 짧게는 1~2년, 3년 이상 성과를 내지 못해 공모주 시장에서 선호가 갈수록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