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증시에서 자국 기업들이 퇴출될 위기에 몰리자 해외 상장기업의 회계 규정 개선에 착수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2일 홈페이지에서 “증권의 해외 발행 및 상장에 관한 보안 강화 및 기록물 관리 업무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을 일부 개정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중국 당국이 해외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현장 검사 권한을 내려놓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해외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현장 검사는 주로 중국의 감독·관리 기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거나 중국 감독·관리 기구의 검사 결과에 의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삭제된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감독권을 놓고 벌여온 미중 간 오랜 갈등에서 중국이 한발 후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9년 중국은 증권법을 개정해 정부 승인 없이 자국 기업이 자의적으로 외국 당국에 회계 자료를 제출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이에 미국은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제정해 중국 기업을 압박했다. HFCAA는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 감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한 기업은 미국에 상장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12월 이 법에 따라 중국 기업 상장폐지 규정을 확정했으며 현재 퇴출 중국 기업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지난달 10일 얌차이나·베이진 등 5개 기업이 목록에 올랐고 23일에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가, 이어 31일에는 바이두·아이치이 등이 추가돼 모두 11개 기업이 잠재적 퇴출 대상이 됐다.
해당 조치가 처음 알려진 지난달 중순 미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는 급락했다. 증시 전체가 출렁이자 중국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쌍방 감독 기구 간에 양호한 소통이 진행되고 있고 이미 적극적인 진전을 얻었다”며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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