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전격 단행하면서 대출자들이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상단 금리는 6%를 넘어 ‘주담대 7% 시대’를 앞두고 있는 데다 한은이 다음 달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벼락 거지’를 피하려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상황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연 1.25%에서 1.50%로 인상되면서 당장 15일부터 혼합형 주담대를 시작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금리는 은행채 5년물 등 금융채 금리를 지표로 삼는데 금융채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와 달리 금리 인상 효과가 즉각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90~6.45%로 상단 금리가 6% 중반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르면 이달 내 상단 금리가 7%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다만 15일 발표되는 3월 코픽스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3월 코픽스 금리는 3월 평균 조달 자금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동형 주담대의 금리 상승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높아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3.18~5.303%다.
이자부담 3조 늘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카드 사용액 제외) 잔액은 1755조 8000억 원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중 76.1%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동일하다고 볼 때 기준금리대로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 3404억 원이 늘어난다. 지난해 8월 이후 한은이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점을 고려하면 약 8개월 새 이자만 13조 3061억 원가량 불어난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동조해 국내 기준금리를 최대 2.86%까지 올리면 연간 가계대출 이자 부담 증가액은 총 40조 3000억 원, 가구당 추가 부담액은 345만 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당분간 국내 시중 자금은 안전자산인 정기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달에는 언제든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자금이 모였다가 다음 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지금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정기 예적금에 더 쏠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3월 5대 은행의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 잔액은 각각 659조 4863억 원, 710조 6651억 원이다. 특히 요구불예금은 최근 3개월 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 위축되겠지만 강남·재건축 수요 못 꺾어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매매·전세·분양 시장 등 부동산 시장의 거래 분위기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非)수도권 시장 등 수요가 꾸준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매수세를 위축시켜 주택 구매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데 기준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 실수요자들이 고액의 전세대출을 받기 꺼려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출 규제로 청약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는 중인데 수요가 적은 일부 단지에는 금리 인상 영향으로 청약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15억 원을 초과한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이나 주요 재건축 단지를 향한 매수 수요는 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앞으로 기준금리가 계속 올라도 이미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15억 원 초과 주택은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건설 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이어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시름이 깊어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 조달과 분양 사업의 중도금대출 보증 등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이 악화된다”며 “최근 원자재값 상승까지 이중고가 겹쳐 착공 지연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공사 중단 카드도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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