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005940)이 런던 현지 법인의 문을 열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국내 증시 침체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증권사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NH투자증권은 현재 운영 중인 6곳의 해외 현지 법인이 연 6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지만 런던 법인을 교두보로 글로벌 투자은행(IB) 역량을 강화해 향후 해외 수익을 1000억 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목표다.
NH투자증권은 26일(현지 시간) 런던의 명소인 세인트폴대성당에서 현지 법인인 ‘NHIS 유럽(Europe)’의 출범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정영채 대표이사를 비롯해 빈센트 토머스 키비니 런던 금융특구 시장과 김건 주영 한국대사 등 현지 주요 귀빈들이 참석했다. 옥토퍼스그룹과 도이치운용 등 유럽 금융권의 핵심 인사들도 참석했다.
런던 법인은 2015년 문을 연 NH투자증권의 런던사무소가 전신이다. 런던사무소는 한국 기관투자가들에게 유럽 기반의 다양한 대체자산을 찾아 소개하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실제 사무소는 2017년부터 카덴트가스(Cadent Gas)와 코리 리버사이드 에너지, 개트웍 공항 등 유럽 현지 인프라, 부동산과 관련한 여러 딜을 발굴해왔다. NH투자증권은 이렇게 현지에서 진행한 다양한 딜과 시장조사 등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1년 4월 영국 금융감독청(FCA)에 증권업 라이선스를 신청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올해 초 FCA의 사전 검토가 완료됐고 이달 6일 3000만 달러(약 380억 원) 규모의 자본금으로 증권업 라이선스를 발급받았다. 새로 문을 연 법인은 앞으로도 다양한 글로벌 IB 딜을 소싱해 국내 투자자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단순히 딜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투자하는 역할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런던 법인을 유럽 및 북미 지역 공략을 위한 글로벌 IB 허브로 육성할 목표도 세우고 있다. 정영채 사장은 “이번에 출범한 런던 현지 법인은 한국과 영국, 더 나아가 유럽까지 아우르는 양국의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런던 현지 법인의 조기 정착을 위해 본사의 풍부한 자금력을 현지에서도 동일하게 활용하는 ‘글로벌 원 북(One Book)’ 전략으로 본사 IB 부서와 긴밀하게 공조해 현지 법인의 딜 소싱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협금융그룹의 유일한 유럽 법인으로서 현지 공동 투자 등을 이끌 핵심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기존 사무소 인력과 함께 부동산·인프라·인수금융 등을 담당할 영업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주식 및 채권 중개, 펀드 판매 계약·운용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NH투자증권의 런던 법인 출범은 지난 1~2년간 큰 폭으로 이익이 늘며 투자 여력이 확대된 가운데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움직임의 하나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증시 환경 악화로 주식 거래 대금이 크게 감소하는 등 국내 사업의 이익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수익성이 미진하던 해외 법인에서는 성장이 뚜렷이 감지되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운영 중인 6곳의 해외 현지 법인이 지난해 637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으며 향후 1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해외에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IB 허브로 육성해온 홍콩 법인은 순이익 500억 원을 돌파했고, 미국 주식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뉴욕 법인도 100억 원 가까운 순이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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