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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횡령 직원이 직접 '셀프감사' …고양이에 생선 맡긴 우리銀

내부 통제시스템 부실 드러나

금감원, 회계법인 현장 조사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우리은행의 600억 원대 횡령 사건의 배경에는 횡령 직원이 ‘셀프 감사’를 할 정도로 부실한 은행 내부 감사 체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통째로 맡긴 셈이다.

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은행은 내부 감사를 본부 부서 등을 대상으로 부점 감사와 경영 감사 등으로 진행해왔다. 이 가운데 부점 감사는 매달 본부 각 부서의 부서장 주관하에 책임자급(과장급) 이상이 감사총괄자와 감사자를 맡았다.

문제는 2012년과 2015년·2018년 세 차례에 걸쳐 돈을 빼갈 당시 기업개선부에 근무했던 A 차장이 책임자급 직원으로 부점 감사의 감사자로 ‘셀프 감사’를 할 수 있었던 점이다. 기업개선부는 현재 대부분의 횡령 자금 출처로 알려진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서 이란 기업으로부터 몰수했던 계약보증금 등을 관리·담당한 부서다. A 차장이 수년째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했으며 최근까지 몸담았던 점을 고려하면 부서감사자로서 자체 감사를 통해 횡령 사실을 숨길 수 있었던 기회가 충분했다.



내부 감사의 기본이 되는 부점 감사가 셀프 감사가 되다 보니 연 1~2회 본부 검사실에서 진행하는 경영 감사에서는 6년간 600억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음에도 단 한 번도 비위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검사실이 경영 감사를 해도 부점 감사 결과 보고서 등을 참고 자료로 활용하다 보니 관리 사각지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 제도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던 셈이다. 결국 부실한 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으로 촉발된 불씨가 금융 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1금융권 사상 초유의 대규모 횡령 사건으로 확대된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6년간 횡령 사실을 몰랐다는 건 결국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면서 “매일 은행이 관리하는 잔액이나 계좌 현황만 확인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들이 회계 감사를 받지만 주로 (회계 감사는) 재무제표 위주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회계 감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감시 업무는 여러 책임자들이 번갈아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횡령 직원이 당시 전면적으로 셀프감사를 하기는 어렵다"면서 "셀프 감사 여부도 현재 진행 중인 조사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횡령 사건과 관련해 당시 우리은행의 회계장부를 감사한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내용에 따라 향후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금감원은 현장 조사 결과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내부 통제 부실 책임을 묻고 내부 통제 시스템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외부감사인은 2004년부터 2019년까지는 안진회계법인이, 2020년부터는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다. 우리은행 종합 검사를 담당한 금감원에 제기된 책임론에 대해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감독을 통해 (횡령 등) 밝혀내지 못했는지 부분도 같이 조사하겠다”며 “내부 통제 제도 개선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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