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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스템임플란트…결국 ‘4만 개미’만 피눈물 [선데이 머니카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횡령 범죄

4개월 거래정지 외 별다른 처벌·제재 없어

횡령 큰 처벌 안 받는데다 발생 가능성 적어

기업들 '큰부담'되는 회계관리 강화 유인 ↓

오스템임플, 시총 4000억 증발…피해는 개미만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모습. 연합뉴스




역대 최대 횡령 사건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048260)가 시장에 돌아왔습니다. 횡령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 만입니다. 횡령은 직원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났습니다. 수사당국도 경영진에 대해 횡령에 가담한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은 업계에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정 기간 거래가 정지된 것 이외에 별다른 제재나 처벌은 없었습니다. 일각에서 당국이 횡령으로 인한 피해를 지나치게 경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늘은 오스템임플란트가 남긴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사태 일단락…회계관리제도 구멍 ‘뻥’



오스템임플란트는 1월 3일 직원이 1880억 원을 횡령했으며 해당 직원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후 정정공시를 통해 횡령 금액은 2215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대비 108%에 달하는 거액이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가 발생해 즉시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습니다.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22위였던 오스템임플란트에서 한 직원이 수천억 원을 횡령한 것을 두고 시장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내부에 경영진이나 다른 직원의 공모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마저 나왔습니다. 시민단체가 오스템임플란트의 회장과 대표이사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죠. 하지만 사측은 즉각 부인했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어떠한 개입이나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요.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혐의를 뒷받침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습니다.

결국 횡령은 직원의 개인범행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일개 팀장이 자기자본을 뛰어넘는 금액을 횡령했는데 회사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죠. 한국거래소가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유지 여부를 심사할 때도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과반수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등의 안건을 의결하면서 지배구조를 전면 개선했습니다. 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지배구조를 개선했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의 적정성을 확보했다며 상장유지를 결정하고 거래를 재개시켰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2천215억원을 빼돌린 이모씨가 1월 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횡령 심각성 경종 울렸지만…횡령은 ‘꼬꼬무’



일각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범죄의 심각성과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중요성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관리 제도에 큰 구멍이 있었던 오스템임플란트가 탄탄하고 투명한 내부 관리 제도를 갖췄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문제점이 없는지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회계관리제도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오스템임플란트에 아무런 제재나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투명하게 설계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큰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발생할 확률이 적은 횡령을 방지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그런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점은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테죠.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계관리 고도화 시스템을 도입해야만 했는데, 다른 기업들이 느끼는 필요성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다른 회사들은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횡령이 발생해도 사업성과 성장성만 가지고 있다면 잠깐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것 이외의 피해는 받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됐습니다. 오히려 이 피해는 회사가 받는 것이 아니라 소액주주들이 짊어져야 했던 피해겠죠. 횡령 사건이 발생해도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과연 기업들은 정신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큰 부담이 되는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발생 가능성이 적은 횡령이 터져도 회사가 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골치 아픈 일을 할 필요가 없겠죠.

결국 횡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됩니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태가 터진 이후 계양전기(012200)에서 245억 원 횡령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우리은행에서도 차장급 직원 한 명이 10년 동안 600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돈을 다루면서 자금 관리에 능통해야 할 대형 시중은행도 횡령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회사에서는 횡령이 발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횡령이 호재’…나쁜 선례로 남지 않기 위해선



일부 투자자들은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 정지를 오히려 호재로 여깁니다. 횡령이 발생한 1월 이후로 한국 증시가 급락했는데, 오히려 거래 정지가 주가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는 이유로 말이죠. 횡령으로 코스피150 지수에서 쫓겨나면서 일부 펀드 자금이 빠져나가는데도 공매도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았다며 웃음 짓기도 합니다.

시장이 숫자에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2000억 원이 넘는 횡령이 발생하고 수백억 원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남아있는데도 시장은 횡령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에 큰 충격을 불러왔고, 피고인의 재판은 진행되고 있고, 횡령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결국 피해는 기존 투자자들만 보게 됩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사업을 하면 됩니다. 사회적인 평판이 안 좋아졌을 수도 있지만 횡령을 호재로 여기는 투자자들까지 있는 것을 봤을 때 그다지 큰 피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스템임플란트를 믿고 투자했던 ‘4만 개미군단’은 4개월 동안 자금이 꽁꽁 묶여야만 했습니다. 거래가 재개될지, 거래중지가 이어질지 마음 졸이며 그 시간을 보냈겠죠. 거래가 재개됐는데 팔기도 전에 가격은 15% 낮아진 상태에서 거래가 시작됐습니다. 거래가 재개된 이후 시총 4000억 원이 증발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사태가 나쁜 선례로 남아선 안 됩니다. 횡령이 발생하면 회사에 큰 피해가 돌아온다는 인식이 생겨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들이 횡령은 발생 가능성이 적고 사건이 터져도 큰 피해를 받지 않으니까 굳이 회계관리제도를 점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사태가 나쁜 선례가 아닌 기업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살펴보고 강화하는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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