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현대백화점(069960) 판교점에서는 30~40대 남성들이 줄 지어선 모습이 포착됐다. 건담베이스 팝업스토어에서 한정판 상품들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 런’ 행렬이었다. 일부 남성 고객들은 휴가까지 내고 백화점을 찾았다고 했다. 개점과 동시에 대기 번호는 수 백 번 대까지 늘어났고, 대기 고객들은 2시간 이상 기다린 후에야 입장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30만원 대 피규어를 사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얼굴엔 만족감이 가득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들은 경제력을 갖춘 ‘덕후’들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덕후란 한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덕후 마케팅은 백화점의 주요 타깃인 성인 여성 뿐 아니라 남성과 젋은 고객들까지 겨냥한다. 덕후 마케팅은 집객 효과와 동시에 부가 소비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대기 시간을 활용해 백화점 내 다른 상품을 구매하거나 식·음료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덕후’를 잡기 위한 다양한 기획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롯데아울렛의 경우 다음 달 5일까지 키덜트를 위한 레고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을 비롯해 5월 한 달 간 자체 제작 캐릭터 밸리곰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밸리곰은 올 봄 잠실 전시 공간에 325만 명이 찾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밸리곰 캐릭터를 굿즈로 만들어 티셔츠와 인형, 폰케이스 등의 판매를 통해 고객들을 불러 모은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달 8일까지 유니버셜 픽쳐스 코리아와 손잡고 더현대 서울에 쥬라기월드 팝업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덕후'들을 공략하는 키덜트 분야는 구매력 있는 남성 고객들을 비롯해 어린이들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할 수 있다”며 “가격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미에 돈을 아끼지 않는 마니아 층이 두터워 단기간에도 수 억 원대의 큰 매출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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