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실내 들어가면 다시 써야 하는데 차라리 그냥 쓰고 다니는 게 나아요.”
2020년 10월 13일 이후 566일 만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서울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특히 직장인이 많은 강남구청역·여의도 등 일대에서는 마스크 미착용자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공원 벤치, 등산로 등 인적이 드물고 감염 우려가 비교적 적은 곳은 간간이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지만 마스크를 벗은 맨얼굴이 어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일 서울경제가 여의도공원·강남구청역 등 업무지구, 경의선 숲길·양재천·북한산 등 산책·등산로와 대학가인 고려대 안암캠퍼스 일대를 돌아본 결과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조차 ‘턱스크’를 하거나 팔목에 마스크를 끼운 채 걸어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지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진 데다 실내외를 오가며 썼다 벗었다 하기 불편하다는 사람이 많았다.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직장가와 여의도공원은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동했다. 인라인스케이트·농구 등 운동하는 사람들 일부만 마스크를 벗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최 모(29) 씨는 “마스크를 워낙 오래 착용하고 지내다 보니 벗고 움직이는 게 어색하다”고 털어놓았다. 직장인 김 모(24) 씨도 “이제 마스크를 쓴 얼굴이 내 사회적 얼굴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시각 강남구청역 일대 직장인들도 대부분은 마스크를 꼭 눌러쓴 채 식당으로 이동했다. 문 모(38) 씨는 “마스크 안 끼는 날만 기다렸는데 다들 끼길래 코로 숨 몇 번만 쉬어보고 눈치를 보다가 다시 꼈다”고 말했다. 박 모(27) 씨는 “출근하는 길에 마스크 안 쓴 사람은 한 명도 못 본 것 같다”면서도 “다만 거리 두기가 끝나고 회사에서 더 이상 도시락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걸 보니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도 ‘노 마스크’ 일상이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에는 마스크를 살짝 내린 채 음료수를 마시거나 친구들과 모여 잠깐 사진을 찍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잔디밭에서 마스크를 벗고 쉬던 신 모(22) 씨는 “잔디밭에 앉아서 다른 사람이랑 떨어져 있으니 마스크를 맘 놓고 벗었다”면서 “돌아다닐 때는 보니까 다 쓰고 있길래 눈치가 보여서 쓰고 다녔다”고 말했다.
번화가를 벗어나자 맨얼굴로 돌아다니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편안한 운동복 차림으로 서울 강남구 양재천 일대를 산책 나온 이들의 얼굴에는 선캡·선글라스가 있었지만 마스크는 보이지 않았다.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러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김 모(32) 씨는 “마스크로 코와 입이 막혀 있어 물고기처럼 몸 측면으로 숨 쉬는 ‘아가미 러닝’을 해야 한다고 농담하곤 했는데 이제는 숨을 편하게 쉬어 좋다”면서 “운동할 맛이 난다”며 웃었다.
은평구 일대 북한산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마스크 착용 해제로 등산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강 모(52) 씨는 “사람들이 많은 산길 끝자락까지는 마스크를 썼다가 본격적으로 등산길에 오르면서 마스크를 벗었다”며 “예전에는 등산하다가 숨이 벅차 마주치는 사람이 없을 때 살짝 벗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역 당국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쓰는 문화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내 마스크 해제 시점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돼야 검토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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