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 우려가 사라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0.5%포인트 금리 인상(빅스텝)과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 결정을 내렸지만 연준의 예상 범위 내 움직임에 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쳤다. 다만 금리 인상 기조는 여전한 만큼 국내 증시의 앞날을 둔 전망은 엇갈렸다.
4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연 0.75~1.0%로 높아졌다. 이번 인상폭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의 최대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
연준은 양적 긴축을 다음 달 1일 시작하겠다고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두어 번의 회의에서 50bp(0.50%포인트, 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있다”며 ‘빅스텝’ 행보를 예고했다. 다만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과 경기침체 우려는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75bp(0.75%포인트)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경기침체 전망도 부인했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 발언을 비둘기적으로 평가했다. 뉴욕증시는 반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3.19% 급등했으며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8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3% 가까이 올랐다. S&P 500지수와 다우 지수 상승 폭은 각각 2020년 5월 이후, 2020년 11월 이후 최대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도 5% 넘게 급등한 반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bp, 달러인덱스는 0.92% 각각 떨어졌다.
다만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단기간으로 보면 안도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기대하던 50bp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시작 정도는 선반영된 부분이 있어 이번 주말 국내 증시는 큰 움직임 없는 일종의 안도 랠리나 소강상태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도 “시장이 연준의 매파적 성향을 예상한 상황에서 우리 증시 가치평가 수준이 이미 금융위기 때까지 떨어져 있어 미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 폭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금리에 민감한 주식을 제외하고는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
이제 주목할 건 달러가치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5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이틀간 매수 우위를 보였다. 정 팀장은 “최근 국내 증시는 달러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매수로 복귀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감은 여전하다. 금리 수준보다 연준이 경기 수준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염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정 팀장은 “시장에서 가장 걱정하는 건 실제 경기 지표는 나빠지고 있는데 연준이 잘못된 판단으로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가능성”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의 수준보다 파월 의장의 현실 감각을 우려해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금리 인상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긴축 움직임 속에 한국은행 역시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다. 골드만삭스는 “미 연준이 6월에 이어 7월 FOMC 회의에서 세 번째 50bp 인상을 포함하도록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며 최종 금리는 내년 2분기 연 3.00∼3.2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한은이 이달을 포함해 오는 10월까지 예정된 네 번의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한은이 애초 가정한 것보다 훨씬 매파적”이라며 기준금리가 내년 1분기 연 2.75%로 기존 예상보다 0.5%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미 연준의 금리 인상폭에 시장은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나 한국과 미국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면 경제 성장과 자산시장은 금융위기 때 수준과 같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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