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 애플리케이션 마켓 운영 업체 원스토어가 상장을 잠정 중단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원스토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상장 철회는 없다’고 강조하는 등 기업공개(IPO) 완료 의지를 공언했지만 증시 침체와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영향으로 IPO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이날 상장 절차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10일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대다수의 기관이 공모가 범위 하단인 3만 4300원에 미달한 금액을 써내며 흥행에 실패했다.
원스토어는 이날 상장 철회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했다. 이날 오전에만 해도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보다 약 20% 낮은 2만 5000~2만 8000원으로 확정해 오는 12~13일 예정된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강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안 좋은 만큼 당장 IPO를 추진하면 적정 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고 원스토어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적절한 시점에 다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재무적 투자자(FI)인 SKS키움파이오니어 측의 구주매출도 변수였다. SKS키움파이오니어는 지난 2019년 11월 원스토어 주식 387만 1352주를 주당 2만 5185원에 취득했다. 이 중 약 50%인 193만 5000주를 구주매출을 통해 매각할 계획이었다. 만약 공모가를 2만 5000원으로 확정할 경우 손해가 불가피했다.
원스토어 상장 철회를 계기로 국내 IPO 시장의 투자 심리는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당장 이날 태림페이퍼도 IPO 계획을 미룬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보로노이·SK쉴더스·대명에너지도 올해 상장을 철회했다. 이 중 대명에너지만 공모가를 40% 이상 내려 일반 청약을 완료하는 데 성공했다. 코스피지수가 17개월 만에 2500대까지 하락하는 등 증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 IPO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 기조로 인해 원스토어같은 ‘적자 성장주’의 IPO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이 올라가 그만큼 성장주의 기업 가치가 감소한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8%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당기순손실은 60억 원을 기록해 적자를 나타냈다. 시장 일각에서 원스토어가 상장을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배경이다.
원스토어의 모회사인 SK스퀘어(402340)에서 계획했던 ‘계열사 연쇄 상장’ 전략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미 SK스퀘어의 첫 IPO 주자였던 SK쉴더스가 지난 6일 상장을 철회한 데 이어 원스토어까지 IPO를 뒤로 미루게 됐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오는 2025년까지 자회사인 원스토어·SK쉴더스·11번가·콘텐츠웨이브·티맵모빌리티를 연이어 상장할 계획이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가 상장 강행 의지를 피력했던 것도 SK스퀘어의 기존 재무 전략과 관련이 깊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엠배서더 호텔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증시 상황이 어려울 때 옥석이 가려진다”며 “같은 계열사가 상장 철회한 점은 안타깝지만, 원스토어는 전혀 다른 업이고 앞은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큰 만큼 상장 계획을 쭉 밀고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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