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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 원천기술 라이선스 사업 닻올린다

LNG船 화물창 등 특허 대가로

국내 기업 연간 3000억대 유출

저인화점 연료 분사장치 등 실증

친환경 발맞춰 내년 상용화 포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선 건조는 국내 조선사들이 전 세계 1위지만 핵심 원천 기술은 외국에 거의 다 있다. 일례로 프랑스 GTT사는 LNG 선박 내 핵심 기자재인 화물창의 핵심 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국내 조선사에 척당 건조 비용의 5%를 라이선스료로 받는다. 국내 조선사들이 내는 연간 라이선스료는 3000억 원 수준이다. 기술에 대한 협상력이 워낙 높아 과거에는 GTT가 이 특허를 바탕으로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끼워팔아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을 정도다.





20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지주회사로서 신시장을 진출하기 위해 올해를 원천 기술 라이선스 사업 원년으로 삼고 핵심 기술 개발과 라이선스 판매에 나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은 ‘저인화점 연료 분사 장치’ 실증 완료 단계에 진입해 내년부터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술은 영하 104도의 낮은 인화점을 가진 액화석유가스(LPG)나 메탄올·암모니아 등 인화점이 낮은 연료를 하나의 분사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탄소 배출이 적은 저인화점 연료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미래 선박 연료로 주목 받는 상황에서 중요한 원천 기술로 삼고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LNG·수소 화물창 국산화 △메탄 슬립 저감 장치 등 온실 가스 저감 시스템 개발 △연비 향상을 위한 보조 추진 장치 등을 장기 개발 과제로 삼고 있다. 이밖에 LNG·암모니아·수소에 이르는 차세대 에너지원을 처리하는 시스템과 선박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솔루션을 판매하는 사업도 추진 과제로 삼았다. 기술 개발은 한국조선해양이, 제조는 국내 협력사가 담당해 동반성장하는 사업모델도 구축한다.

이처럼 자체적으로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탄소 배출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변하는 시기에 새로운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글로벌 라이선스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다. 전 세계 선주들이 이미 검증 받은 기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우선 현대중공업(329180) 등 계열사 중심으로 기술을 판매하고 실적을 쌓은 후 글로벌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연구개발(R&D) 본부인 미래기술연구원은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올 초 독일에 유럽R&D센터를 개소했다. 이밖에 성장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와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올 초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투자한 바나듐이온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 스타트업 ‘스탠다드에너지’와 선박용 ESS 솔루션 개발을 시작하는 등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 선박 원천 기술 확보로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2027년까지 50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계획을 밝혔다. 유병용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상무는 “과거 해운·선박 등 규제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는데 최근 유럽연합(EU) 등 규제가 강해지면서 친환경 선박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변하는 시장의 니즈에 맞춰 친환경·디지털 관련 R&D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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