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을 맞아 국내 호텔 업계가 ‘식음업장 고급화’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코로나 19로 고급 밀키트·도시락 제품을 내놓거나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며 활로를 모색하던 호텔 레스토랑들이 다시 살아나는 외식 수요를 겨냥해 조리 부문 강화 및 관련 행사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2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 플라자호텔이 선보인 ‘마스터 셰프 갈라 디너 뷔페’는 온라인 오픈 하루 만에 전 좌석 예약이 끝났다. 호텔 수석 요리사 14명이 뷔페 레스토랑 내 7개 구역에서 조리 과정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음식을 제공한 행사로 이날 4시간 동안(오후 6~10시)만 진행했다. 새로운 미식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1인 당 13만 2000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130여 명의 고객이 몰렸다. 이 중 신규 고객 비중이 70%나 됐고, 연령대도 기존 40~50대 중심에서 30~40대까지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으로 레스토랑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프리미엄 외식 소비 욕구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고급화 전략으로 미쉐린 레스토랑 셰프와의 협업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의 그랜드하얏트 제주 역시 지난 4월 뷔페 레스토랑인 ‘그랜드 키친’을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화려한 인테리어에 다양한 메뉴를 대량으로 내놓는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을 입히고, 음식 조리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오픈 키친을 선보였다. 총 7개 섹션에서 제공하는 메뉴와 식 재료를 정하는 데 50여 명의 셰프가 참여할 만큼 ‘프리미엄화’에 공을 들였다. 호텔 관계자는 “앞으로 호텔 식음업장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변화를 반영해 진행한 메뉴 개발과 고급화 작업이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MGM 마카오 총괄요리사를 지낸 올리버 웨버 총주방장을 필두로 한 6인의 ‘글로벌 스타 셰프’를 내세워 뷔페 이외의 레스토랑 메뉴를 다양화하고 프리미엄 미식 서비스에 더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다수의 해외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활약한 이탈리아 출신 셰프를 영입하고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는 등 관련 부문에 힘을 주고 있다. 펜데믹 중 고객을 찾아 밀키트·도시락 판매나 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하며 ‘밖으로 나가는 전략’을 썼다면 이젠 ‘안으로 부르는 전략’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호텔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해외 관광객 대상 객실 부문의 본격적인 회복이 더딘 점도 식음업장 강화의 주된 배경이다.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끊긴 상황에서 식음료 부문을 통한 매출 보완과 내수 고객 유치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프리미엄화가 연쇄적인 가격 인상을 부추겨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올해 들어 주요 호텔 뷔페 레스토랑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며 1인당 이용 가격이 16만 원을 넘기는 곳도 나왔다. 한 호텔은 올해 들어 두 번 가격을 올렸다. 대부분은 식자재 값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리오프닝 시점과 맞물려 수요가 급증하자 ‘고급화를 내세운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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