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회관에서 열린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기업인들이 무엇보다 적극적인 사회문제 관여로 국민들 사이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는 선제적인 청년 채용으로 앞장서서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 중립에도 힘써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최태원(SK(034730)그룹 회장) 대한상의 회장은 이 자리에서 등 떠밀린 수동적 채용이 아니라 ‘미래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한 선제적 채용’을 기업들의 우선적인 공동 실천 과제(챌린지)로 제시했다. 대기업들의 선도적 역할을 통해 ‘대한민국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우리가 맞이한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 절벽 등의 새로운 위기와 과제 해결에 기업이 새로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의 실천 성과를 측정할 계획”이라며 “기업 간 비교가 아니라 기업들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지표로 만들어 반기업 정서를 줄이는 매개체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가정신은 시대에 따라 그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바람 역시 매우 커졌다”며 “이제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불굴의 도전을 지속하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다시 발휘돼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역시 “개별 기업이 혼자 하긴 어렵지만 여럿이 힘을 모아 실천한다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격려했다.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축사를 통해 탄소 중립 의지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최근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문제가 기업과 사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을 소중히 여기고 기업 역할을 사회 가치 증진까지 확장하는 신기업가정신이야말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동화 차량 출시, 수소 모빌리티 확대, 계열사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 참여는 물론 앞으로 자동차 제조·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포식과 함께 경제계가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라는 별도의 실천 기구를 출범시킨 점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BRT’, 유럽의 ‘CSR Europe’, 일본의 ‘기업행동헌장’ 등과 유사한 취지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ERT는 전 경제계가 함께하는 ‘공동 챌린지’, 개별 기업이 추진하는 ‘개별 챌린지’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실천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공동 챌린지에는 최 회장이 제안한 ‘청년 채용 릴레이’를 비롯해 임직원이 모두 눈치 보지 않고 정시 퇴근하는 ‘눈치가 없네’, 하루 동안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제로(Zero) 플라스틱 데이’ 등이 제시됐다.
개별 기업의 실천 과제도 소개됐다. 현대차는 ‘H-온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스타트업에 자금·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외식 업종 자영업자에게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꽃보다 매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현대중공업(329180)은 ‘1% 나눔 사업’을, 마켓컬리는 종이 박스 회수 서비스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으로 나무를 심는 ‘샛별 숲 조성’ 사업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한화(000880)는 유치원과 학교에 공기정화기를 제공하는 ‘해피선샤인’ 사업을 선보였다.
ERT는 나아가 기업 선언문 서명을 통해 전체 경제계에 신기업가정신을 유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005930)·현대차·배달의민족·토스·미래에셋증권(006800)·기업은행(024110)·경총·한국무역협회·중견기업연합회 등 총 76명의 기업인은 선포식 전에 미리 선언문에 서명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신기업가정신 선포가 일회성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과 문화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구체적 실천 과제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국민들께서도 응원해주시고 어떤 성과를 거두어낼지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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