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두둑한 현금 보따리를 받고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일선 교육청에 지급된 교육교부금은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65조 원을 웃돈다. 여기에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 과정에서 나온 초과 세수 덕에 11조 원이 더 생겼다. ‘1인 1노트북’부터 ‘월 20만 원 기본소득’ 지급까지 선거 기간에 온갖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지만 역대급으로 불어난 교육교부금 덕에 재원 걱정은 덜어낼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중앙 정부의 곳간이다.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정부는 올해 국가 채무가 1068조 8000억 원으로 한 해 사이 빚이 103조 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찍은 국채 이자 비용을 감당하는 데만 20조 원 이상이 들어간다. 한편에서는 들어오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현금을 뿌리는 판인데 다른 편에서는 빚을 내 살림을 꾸리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재정 당국에서는 “나랏빚은 눈덩이인데 교육감만 돈벼락을 맞았다”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나온다.
재원 배분이 왜곡된 것은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때문이다. 학령인구가 급증하던 1972년 도입된 이 법은 내국세의 일정분을 매년 교육청에 보내는 것이 뼈대다.
문제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지금까지도 제도가 유지되면서 재정 비효율이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세에 따라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교부금은 해를 거듭할수록 불어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교육교부금은 2020년 54조 4000억 원에서 2060년 164조 5000억 원까지 늘어난다. 반면 학령인구는 같은 기간 546만 명에서 2060년 302만 명으로 줄어든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데도 세수 증대에 따라 교육교부금은 확대돼왔다”며 “인구 팽창기에 도입된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은 합리적인 재원 배분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정 당국이 재정 관련 최고 의결 기구인 국가재정전략회의 논의 테이블에 교육교부금 문제를 올리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당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지지부진한 제도 개편 논의에 물꼬가 트이길 바라고 있다. 그간 교육교부금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면 정치권은 교원 단체 등의 표심(票心)을 살피느라 차일피일 문제 해결을 미뤄왔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도 “교육교부금을 줄이면 교육의 질만 떨어뜨릴 것”이라며 난색을 보여왔다.
재정 당국의 한 인사는 “교육교부금 문제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한데 이해관계가 워낙 중첩돼 있어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며 “결국 리더십의 문제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이슈를 다룬다면 동력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과 여당 인사까지 참석하는 자리에서 ‘교육교부금을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만 형성돼도 상당한 성과일 것”이라며 “정부 내에서마저 의견이 갈려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는데 이번 회의가 개편 논의를 되살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재정전략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뤄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법 개정으로 가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내에서는 교육교부금 개편 방향을 두고 크게 두 가지 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정률로 설정한 지급 비율을 수정하는 방식이다. 내국세의 20.79%로 설정된 비율을 내리거나 학생 수와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해 예산을 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KDI는 교육교부금을 명목GDP와 학령인구 수에 연동할 경우 40년간 1046조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교육교부금 감축 방안과 함께 용처를 손보는 방법도 있다. 현행 교육교부금은 초·중·고등학교로 사용처를 한정하고 있는데 칸막이를 허물어 대학 교육이나 직업 재교육에도 사용하는 형태다. 교부금의 용처가 늘어날수록 중앙 정부의 지출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정책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 분야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인 반면 고등교육은 선진국 평균을 밑돈다”며 “초·중등 시기뿐만 아니라 고등교육과 직업교육·평생교육 등 다양한 교육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교육 재정 투자 우선순위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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