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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유가, 韓경제 삼키는데…대응카드는 바닥

■휘발유·경유값 역대 최고가

국제유가 연평균 120弗 유지땐

성장률 0.4%P↓·물가 1.4%P↑

정유 등 산업계 부담도 '눈덩이'

유류세 인하 카드는 이미 써버려

유가 환급금 지급, 물가자극 우려

전문가 "금리 올려 환율 안정시켜야"





국내에 유통되는 유류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찍으면서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기업의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원구원은 올해 유가가 연평균 120달러를 기록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끌어내리는 한편 물가는 1.4%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역대 최대 폭인 30% 인하했지만 추가 카드가 마땅치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의 고공 행진이 당분간 꺾일 가능성이 낮아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ℓ당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2063원 50전과 2062원 20전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국제 유가 변동분을 2~3주 이후에나 반영하는 만큼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바이유는 이달 10일 기준 배럴당 118.9달러로 1년 새 2배 이상 뛰었으며 브렌트유(122.0달러)와 서부텍사스산원유(120.6달러)도 마찬가지다.

이런 유가 급등세는 글로벌 원유 소비량 세계 7위이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사용량을 뜻하는 ‘원유 의존도’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정유(23.56%), 철강(5.26%), 도로 운송(4.99%), 항공 운송(4.97%), 화학(4.82%) 등 주요 산업의 원가 부담이 1년 전 대비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과 같이 유가가 120달러대를 유지할 경우 일부 산업군은 영업 손실을 면할 정도의 수익만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연평균 유가가 120달러를 유지할 경우 경상수지도 516억 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유가 고공 행진 등 해외발 인플레이션 요인의 국내 전이가 지속되면서 물가가 많이 불안한 만큼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류세 인하 카드는 이미 써버렸다. 물가를 추가 자극할 수 있는 유가 환급금 지급 대책은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4년여 만에 최고치인 5.4%를 기록한 상황에서 꺼내기 쉽지 않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방안은 세법 개정 사안인 만큼 국회 동의가 필수라는 점에서 당장 사용한 카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상승 등으로 원화 가치를 높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보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이어져 온 재정 확대 정책으로 유가 외에 여타 물가까지 동시에 올라가고 있어 유가 상승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는 게 쉽지 않다”며 “금리 인상 및 국가 채무 관리 등을 통해 원화 환율을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유가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흡수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유가 상승은 공급 사이드의 충격에 따른 것으로 결국 금리 인상 외에는 가용 수단이 없다”며 “이전 정부가 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면서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해도 산업 부문에서의 뾰족한 대응 방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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