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 열린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하나은행은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투자 손실의 80%를 배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등급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내부 통제가 미비했고 고액·다수 피해자를 발생한 책임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13일 금융감독원은 분조위에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투자자(1명) 손해배상비율을 최대한도 수준인 8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분조위에는 하나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안건 2건이 올라왔다. 2건 모두 하나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분조위는 하나은행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 가입이 결정된 후 임의로 공격투자형으로 설정한 게 문제로 꼽혔다. 고객들에게 투자 대상 자산의 부실 가능성 등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고 안전성만 강조한 점도 하나은행 측 잘못으로 봤다. 1등급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안일한 판단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을 지운 것이다.
분조위는 하나은행이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를 판매하면서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기본배상비율은 30%에서 40%로 올라갔다. 펀드 판매사로서 투자자 보호 노력을 소홀히 해 고액·다수의 피해를 발생시킨 점도 감안돼 공통가중비율이 30%로 산정됐다. 여기에 기타사항(안전한 투자처 희망 및 최소 가입금액 안내 부정확) 10%를 추가해 손해배상비율을 최고 수준인 80%로 매겨졌다.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에 투자한 다른 투자자 한 명에게는 75%의 손해배상비율을 권고했다. 적합성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및 기타사항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나머지 투자 피해자에 대해서도 이번 분조위의 배상기준에 따라 조속히 자율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라며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환매연기로 미상환된 1536억 원(504계좌)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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