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지만 금융 당국의 대처는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위원회의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대응 방안을 주로 논의했을 뿐 시장 폭락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은 언급조차 없었다. 특히 연일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수장은 내정 2주가 지나도록 공백 상태인 데다 리스크 관리에 앞장서야 할 금융감독원장도 28일에나 금융 투자 업계를 만나는 등 늑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등을 포함한 증시 안정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해도 모자랄 판에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라는 비판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이달 들어서만 10% 넘게 하락하는데도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 증시의 하락이 특별하다기보다는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의 일환으로 본다”며 “일단 시장에 맡겨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미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연일 증시가 급락하자 담보금 부족으로 대규모 반대매매 사태가 빚어질 게 뻔한데도 금융 당국이 방관만 하고 있어서다. 한시적 공매도 제한 등 증시 안정화 카드를 꺼낼 법한데도 금융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매도 조치를 할 논의도,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증시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3월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옴에도 조치는 전무하다. 정부는 코스피지수가 1482.46까지 하락한 다음 날 증권시장안정펀드(10조 7000억 원),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 원) 조성 등을 담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했다.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단기적으로라도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해 시장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제한하기도 했다. 이후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금융 당국이 손을 놓은 것은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7일 김주현 전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됐지만 임명 절차가 지연되며 금융 수장 자리는 2주째 비어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 투자 업계를 만나 리스크 요인을 점검한다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패닉이 심할 경우 기관투자가 간담회, 금융 조치 등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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